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시대착오적 농성을 벌인 진보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대학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법원 1층 로비, 대검찰청 현관에서 난동을 부리고 심지어는 국회 담장을 무너뜨려도 불법 시위자들은 쉽게 풀려나는 세상이다. 일선 경찰들은 바닥으로 떨어진 공권력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무법과 떼법 일탈을 어디까지 용인하자는 것인지 사회질서 유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희한한 장면이 며칠 전 전파를 탔다. 여대생들이 드러누운 채 국회 방호팀에 차례로 끌려나가면서 “나경원은 사퇴하라” “황교안은 사퇴하라”를 거듭 외치는 장면이었다. 의사 표현의 자유가 원천봉쇄된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그 모습은 이 나라가 여전히 극심한 이념대립 구도 속에 혼돈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회의원회관 현관에서 방문목적을 속이고 들어가 불법점거 시위를 벌이다가 연행된 22명의 대진연 소속 학생들이 금세 모두 풀려났다는 사실이다. 주동자 1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500여 명은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에 항의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1.4m 높이의 담장 18m가량이 무너져내렸다. 경찰 6명은 조합원이 행사한 폭력에 크고 작은 부상까지 입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연행한 김 위원장과 조합원 24명을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전원 석방했다.

지난해 5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국철도노조 KTX승무지부 소속 해고승무원들이 대법원 1층 로비에 뛰쳐 들어갔다. 대한민국 최고법원 안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작년 11월 13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로비를 점거했다. 무려 8시간 동안 농성을 벌인 이들은 이날 밤 경찰에 체포됐지만, 2~3시간 만에 귀가조치됐다.

범죄 혐의자에 대한 지나친 인신구속은 인권침해의 여지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최근 검경과 법원 등 사법당국의 느슨한 대응은 범법자들에게 매우 나쁜 신호를 주고 있음이 자명하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불법 시위자들에 대해서 정권적 차원에서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법은 엄중하고 공평해야 한다. 실정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유를 넘어서는 과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추상같아야 한다.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민심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