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민간개발해야 난개발 막아”
지분 소유 포스코 “되레 난개발”
내년 일몰제 해당 장기미집행
시, 최근 개발 심의·의결 마쳐
포스코 “소유지, 대상서 빼거나
인근 부지 합쳐 공원 재지정을”
주민들도 “멀쩡한 녹지 파헤쳐”

장기미집행시설에서 풀리게 되는 양학공원 조성을 두고 주민, 포항시, 포스코가 3색논란을 벌이고 있다.

개발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포항시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양학공원 예정지 약 39%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마저 입장을 내놓아 사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미집행 공원’은 대부분이 사유지인 일정 면적의 녹지에 대해 지자체가 공원으로 지정한 뒤 지자체 재정만으론 개발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장기간 방치돼 온 미개발공원을 말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업자가 지자체를 대신해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난 2009년 관련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특례지침을 신설하는 등 개발 활성화를 위해 추가로 조건을 완화했다.

만약 공원을 비롯한 도로, 광장 등의 도시계획 시설이 오는 2020년 7월 1일까지 장기미집행 상태로 남아있을 경우, 일몰제에 따라 규제가 해제돼 대상 토지의 소유주가 적극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재산권을 돌려받게 되는 사유지 소유주와 달리, 지자체 입장에서는 일몰제로 인한 문제가 예삿일이 아니다. 공원이나 도로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시설이 일몰제로 효력을 상실할 경우, 녹지 보존과 교통인프라 구축 등 전체적인 도시계획상 차후 큰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선별작업에 돌입해 존치 시설을 결정하는 한편, 관련 재원 마련에도 힘을 쏟으며 일몰제 기한 이전까지 사업을 마무리 짓고자 서두르고 있다.

이 중에서 공원은 민간개발 유치가 손쉬운 편에 속한다. 사업이 진행될 경우 민간사업자는 공원개발에 대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되지만, 대신 전체 면적의 30% 정도를 아파트 개발 등으로 전환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94만2천여㎡의 양학공원 역시 최근 포항시 도시공원위원회가 개발을 심의·의결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양학공원은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포스코가 녹지를 관리하고 산책로를 만들어 주민에게 공개하는 등 ‘방치’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던 지역이다. ‘난개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민간개발을 두고 오히려 주민들이 ‘난개발’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

주민들은 “지금 공원으로 잘 보존되고 있는데 왜 개발하려느냐”, “포항에는 아파트가 남아도는데 왜 멀쩡한 녹지를 파헤쳐 아파트를 또 짓느냐” 등의 입장을 내보이며 양학 공원 인근으로 반대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반면, 포항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시는 내년에 공원일몰제가 적용되면 토지 소유주가 마구 개발을 진행해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민간 개발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원 기부 면적도 70% 이상에서 80% 이상으로 올렸다”며 “포항의 공원 전체를 시가 직접 개발하면 사업비가 수천억원이 소요돼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간 개발로 가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고 밝혔다.

여기에 포스코도 최근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사업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포스코가 보유한 땅을 민간개발 대상지에서 빼거나 공원으로 다시 지정해달라고 시에 공문을 보냈으며, 최근에도 이를 다시 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양학공원 민간 개발 사업 구역 내 포스코 소유 부지에다 구역 외 인근 포스코 소유 부지까지 합쳐 전부를 공원 시설로 지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양학공원 예정지에 소유한 부지 외에 양학공원 인근의 포항시가 공원으로 지정하지 않은 약 5만2천여㎡의 포스코 부지 역시 포스코 태동의 역사적 산실로 보존이 필요한 지역이며 또한 산림이 잘 조성된 지역이다”며 “사업 취지에 맞게 포스코 부지 전체를 산림훼손 없이 공원시설로 재지정해 현 상태로 보존되도록 시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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