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구·경북 홀대는 지역민이면 다 안다. 정부 장차관 인사 등 정부의 주요 보직인사에서 TK는 처음부터 철저히 배제돼 왔다.

지난 1월 발표한 정부 예타면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남에는 4조7천억 원이 투입되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경남도의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경북에는 고작 4천억 원의 동해선철도 단선전철화 사업을 예타면제사업으로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늘 2천4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원전해체연구소의 입지를 결정하고 부산시와 울산시와 함께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한다. 입지로는 경주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경계지역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중수로와 경수로 원해연으로 입지를 쪼개 경주에는 중수로, 부산과 울산지역에는 경수로 원해연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주와 부산, 울산 3개 지역에 입지가 나눠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다. 게다가 중수로와 경수로 나눠지면서 본원과 분원이 떨어져 있어 업무의 효율성은 또 어떨지 알 수가 없다. 국가의 중요 정책을 지역이 과당 유치경쟁을 벌인다고 떡 나누듯이 쪼개 나눠준다면 국가경쟁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원칙과 기준이 당연히 있어야 할 문제를 정치적 고려로 셈하듯 나누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을 국민이 납득할지도 모를 일이다. 먼 훗날 정책 수행과정의 비효율성이 드러나면 그 과정에 대한 책임은 또 누가 질 것인지 한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해연 입지가 과연 어느 곳이 적합한지에 대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결정하는 정부의 이번 정책과정을 우리는 정치적 꼼수라 생각한다.

올해 초 이미 그런 조짐이 보였다. 원해연 입지가 부산과 울산 경계지역으로 간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미 정부측 입지는 내심 결정됐던 것으로 짐작이 갔었다.

다만 한수원 등 원전의 핵심기관이 집중돼 있는 경주를 배제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꺼림칙했을 뿐이다. 경주는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안전공단이 들어서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한국전력기술도 인근에 두고 있다. 경주가 위치해 있는 경북 동해안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지역 원전은 중수로와 경수로 모두를 가지고 있다.

원해연의 입지로 누가 봐도 이곳이 타당하다. 그런데 정부가 뒤늦게 입지 한군데를 경주로 추가하며 그곳에 중수로 원해연을 두겠다고 한다.

중수로 원해연 건립비는 겨우 700억 원 정도다. 세계 원전시장에서 경수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 비쳐볼 때 대구경북은 또 한번 정책적 소외를 당했다. 중수로를 내주며 지역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꼼수가 낳은 나쁜 결과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뻔한 정치권의 논리일 뿐이다. 대구경북민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