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의 상흔 씻은 중국·일본·대만을 보고 배우자”
“대지진의 상흔 씻은 중국·일본·대만을 보고 배우자”
  • 이재춘 시민기자
  • 등록일 2019.04.14 19:42
  • 게재일 2019.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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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이제 포항 부흥이 과제다 (上)

붕괴된 항만시설을 보존해 공개하고 있는 일본 고베항의 메모리얼 파크.
붕괴된 항만시설을 보존해 공개하고 있는 일본 고베항의 메모리얼 파크.

지난 3월20일 정부합동조사단이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무리하게 엄청난 양의 물을 강제로 지중에 주입함으로써 촉발된 것이라는 발표 후 이제 가장 관심사는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손해 보·배상과 포항재건 프로젝트가 됐다.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다 대참사가 발생한 만큼 국가가 포항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책임에 대한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지금까지 지진으로 인한 재건 매뉴얼이 없다는 점에서 시민들이나 시정부나 중앙정부마저도 혼란스런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인근 국가인 중국, 일본, 대만에서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대응 및 복구, 사후관리를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항지진 극복과정에의 포항 재건 방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어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해 봤다.
 

경제특구·지진부흥사업 등 지역 재건
건축법 개정… 내진설계 기준도 마련
인구 감소와 엄청난 경제적 타격에도
국가·지방·시민 노력으로 부흥 일궈내
지진 피해 유적을 현장보전으로 복구
피해 참상과 복구노력 기록으로 보존
다른 국가의 지진피해와 복구 및 사후관리 사례

-24만명 사망 초대형지진 극복한 중국 탕산시

중국 허베이성 탕산지진은 1976년 7월 28일 새벽3시42분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단 23초만에 24만2천769명의 사망자와 16만4천8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참사였다.

탕산시는 1943년에 탕산철강이 창립될 정도로 석탄과 철광석의 생산기지로 유명했다. 지진발생 당시 인구가 150만 명이 넘어 화북지방 최대의 도시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특이한 점은 중국정부는 지진발생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사망자가 24만 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1979년에서야 나왔다. 문화대혁명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의 중국정부는 복구과정에서도 자력복구를 주장하며 인민해방군 10만 명을 투입하여 군사작전 같은 복구에 나선 반면, 외국의 원조를 거부하고 외국인의 출입마저 10년간 통제하였다.

지진발생 30주년인 2006년 7월 28일 지진을 완전 극복했다는 의미에서 연면적 7천246㎡의 ‘탕산항진기념관’을 개관하고 항진기념탑에 후진타오 주석이 헌화하는 등 국가급 추도식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2010년에는 펑사오강 감독이 영화 ‘탕산대지진’을 발표하여 중국에선 큰 흥행을 거두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중국정부와 허베이성은 지진발생 40주년을 맞아 2016년 4월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지진극복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2016탕산국제원예박람회’를 개최했다.

탕산시정부의 초청으로 필자는 포항시의 경제문화사절단을 인솔하여 현지에서 공연과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지진극복사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중국정부는 20세기 최대의 참사 중 하나인 탕산대지진의 참상을 기억하고 피해를 극복한 의지를 기리기 위하여 2007년 5월에 ‘탕산지진극복광장’을 조성하고, 대리석으로 만든 초대형 기념비 5개에 사망자 24만 명의 이름을 새겼다.

기념비 1개당 크기는 너비 19.76m 높이 7.28m다. 이 숫자는 지진발생일인 1976년 7월 28일을 영원히 잊지 말자는 의미라고 했다.

지진 당시 공표를 거부했던 중국정부는 이후 탕산지역 재건에는 치밀하게 대응해 왔다. 90년대부터 국가차원에서 추진한 환발해경제권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탕산시 창이페이텐구에 120㎢ 면적의 국가급 경제개발특구를 지정하고, 30만t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을 구축하여 세계 8위의 물동량을 소화하는 세계적인 항구도시를 만들기도 했다.

수도 베이징과 220km의 직통 고속도로를 개설하여 2시간이면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이처럼 국가와 지방의 노력으로 지진을 완전 극복한 탕산시는 현재 인구 760만 명의 허베이성 최고수준의 경제도시이자 환발해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변모했다.

-10년만에 복구된 중국 쓰촨성 대지진

쓰촨성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8.0으로, 2008년 5월 12일 14시28분에 중국을 뒤흔들었다. 6만9천227명의 사망자와 37만7천여명의 부상자 및 실종자 그리고 5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직접적인 경제손실만 8천452억 위안(142조원)이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이라고 자랑하는 ‘샨사댐’이 있는 쓰촨성은 인구가 3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 내륙지역의 핵심지역이어서 충격이 컸다.

쓰촨성에선 이후에도 지진이 잇따라 주민들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5년 뒤인 2013년 4월 20일 오전 8시경에도 야안시 루산현에서 7.0규모의 강진이 발생하여 롱먼지역의 절반이 파괴되어 이재민 231만 명이 발생하고 196명이 사망했다.

또 2017년 8월 8일 저녁 9시19분에도 쓰촨성의 티베트 창족의 자치구로 유명관광지인 장자진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하여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정부는 쓰촨성 대지진 10주년을 맞은 2018년에야 완전복구를 선언한다. 청두시에서 열린 ‘쓰촨 지진 10주년 국제 연구토론회’에 시진핑 중국주석도 복구과정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의 협력과 사례에 대하여 공감을 나누었다.

중국 정부는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한 5월 12일을 ‘재난방재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지진경보시스템을 포함한 재난구조체계를 점검하고 각급 관공서와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진대피 훈련을 실시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쓰촨성에는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복구과정에 동참한 국민들의 봉사정신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기리고자 마련된 다양한 지진 유적공간이 많다. 특히 주민 1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된 원촨현 잉슈진 마을엔 진앙지인 쉬언커우 중학교의 붕괴된 교사 등 지진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여 지진피해의 심각성과 부실공사의 흔적을 통해 반성하는 교육의 장으로 삼고 있다.

2009년에는 연면적 6천㎡ 규모의 ‘원촨 지진박물관’을 건설하여 개관하고 30개의 전시실에는 지진발생일로 부터 6월 12일까지 1개월간의 수습과 응급복구과정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하여 전시하고 있다.

2013년에는 지진피해가 가장 컸던 북천현에 지진으로 갈라진 지반을 형상화한 ‘원촨 대지진기념관’을 건설하여 면적 1만748㎡의 전시관에 지진구호 및 복구관련 자료를 전시하여 일반에게 공개했다. 1천560㎡면적의 별관은 지진 현장과 방재대응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연간 4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중국 탕산시 지진극복광장에 설치된 지진희생자 24만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 기념비.
중국 탕산시 지진극복광장에 설치된 지진희생자 24만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 기념비.

-대지진후 더 성장한 일본 고베

일본 고베 대지진은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46분에 규모 6.9로 발생, 6천434명의 사망자와 4만3천792명의 부상자 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당시기준으로 10조 엔에 이르는 재산상 피해였다.

인구 150만 명의 인구밀집지인 고베에 집중된 이 지진은 새벽시간에 일어나 시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입체적으로 건설된 일본 교통체계의 특성상, 한신고속도로와 신칸센 철도 등 교통간선시설의 파괴로 교통체계가 마비되어 큰 피해와 불편을 끼쳤다. 긴급복구에만 3개월이나 걸렸다.

일본은 고베 지진 이후인 1995년 건축법을 개정하여 내진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적용했다. 당시 지진으로 90%의 건물이 파괴된 나가타구의 목조주택 밀집지역이 내진설계가 반영된 최신주택과 고층건축물의 숲으로 완전 변모된 것도 그 영향이다.

일본정부는 또 시내 곳곳의 지하에 100t 규모의 저류조를 만들어 비상시 재난에 대비하도록 하였으며 오사카와 고베를 잇는 한신고속도로의 철근강도를 3배로 늘리고 교각의 폭도 2배로 키우는 등 공공시설의 내진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10년간에 걸쳐 6개 분야 54개 테마로 나누어 대지진에 대한 원인과 피해조사 및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을 통하여 459개 항목을 돌출하여 이를 지진대응 정책안에 반영하는 성과를 남겼다. 이런 지진의 피해 참상과 복구노력의 기록을 보존하여 교훈으로 삼고자 일본정부에서는 2002년 4월 고베시에 대지진 기념관인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를 개관하였다.

센터는 2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관은 지진기록 등을, 동관은 향후에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공간으로 구성하여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시아방재센터(ADRC), 국제방재부흥기구(IRP), UN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 등 방재관련 국제기구도 입주시킨 상태. 방재에 관한 국제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차원에서다.

효고현립대학 방재연구센터 등 교육기관도 유치하여 재난대응 전문가 육성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2004년 4월에는 ‘심리케어센터’를 개설하고 의사와 연구원 등 23명을 배치하여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한 연구와 피해자 상담 및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1997년 7월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메리켄항만공원 구역 내에 ‘지진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하여, 지진으로 파괴된 방파제와 시설의 일부를 당시상황 그대로 보존하고 피해사진과 복구과정의 도표를 공원 한쪽에 비치하여 당시의 긴박함과 아픔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진 참상을 보존하면서 한쪽은 현대식으로 개발한 점이 확인된다.

유적지 인근에는 대형 쇼핑센터와 테마파크 등의 시설들이 즐비하다. 국내외 관광객을 겨냥한 것들이다. 이제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도 떠올라 있다. 재난의 흔적조차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진으로 고베시는 인구 감소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나,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들의 일치된 노력으로 눈부신 부흥을 일궈낸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항만복구도 2년 만에 완료하는 등 인프라가 자리를 잡아가자 고베시 정부는 1999년 미래형 지식산업을 통한 경제부흥과 함께 고령화 사회의 의료복지 서비스질 개선을 위하여 정부·기업·대학이 함께하는 ‘고베의료산업도시’ 구상을 발표하고 첨단의료센터, 임상연구정보센터 등의 시설이 갖춰 나갔다. 이후 네슬레 등 세계최고수준의 연구소 및 기업을 유치하기 시작하자 중앙정부도 각종 정책으로 화답했다. 실제, 고베의료산업도시는 ‘지진부흥특정사업’과 ‘첨단의료산업특구’ 등 중앙정부 사업으로도 다수 선정되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또한 인근도시인 오사카, 교토와 협력을 통하여 2천만인구의 간사이경제권을 구축함으로써 지진의 상처를 말끔히 씻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8년 후에는 고령화, 저출산 등 국가적인 인구감소 추세 속에 지진 전 인구를 회복하기에 이른다.

여러 면에서 유사점이 많은 고베의 사례를 포항시는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보전으로 복구한 대만 타이완 대지진 (921대지진)

규모 7.7의 지진으로, 1999년 9월 21일 새벽 1시47분에 난터우현을 진앙으로 발생했다. 9월21일 발생했다 해서 921지진으로 부르는 대지진으로 2천415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29명, 부상자 1만1천305명과 재산상 피해 미화100억 달러(한화11조원)에 달하는 큰 피해가 났다.

대만정부는 복구하면서 지진참상 상태를 원형그대로 보존하고자 노력했다. 국민들에게 평소 안전에 대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지반이 융기하여 교사가 붕괴되고 트랙이 변형된 광복중학교 현장을 보존하고, 남은 부지에 ‘921지진교육원구’를 2007년에 건설하여 개장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이재춘 시민기자
이재춘 시민기자

지진피해현장과 수습 및 복구과정의 기록물과 사진·영상·디오라마 등을 전시한 재건기록관과 내진설계 건축물의 모형과 지진파가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지반의 변형과 액상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지진공학관도 참고할 만하다. 대만정부는 921지진 이후 건축법규를 강화했다.

초·중·고등학교에 의무적으로 지진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전기·가스·수도배관 등 설비라인을 기둥 속에 삽입을 금지하였으며 복도에도 기둥을 설치하여 구조성능을 보강하는 등의 조치로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대폭 강화하였다. 대만의 경우는 대형의 메모리얼 시설보다는 지진피해 학교 등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여 국민교육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지진이 빈번한 특성상 관련연구에 치중한 점을 느낄 수 있다.

/이재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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