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옥 관

웬일로 밤늦게 찾아온 친구를 배웅하고 불 끄고 자리에 누우니 비로소 스며든다 반투명 셀로판지 같은 귀 엷은 소리, 갸녈갸녈 건너오는 날개 비비는 소리, 달빛도 물너울로 밀려든다

아하, 들어올 수 없었구나!

전등 불빛이 너무 환해서 들어올 수 없었구나 어둠은, 절절 끓는 난방이 낯설어서 발붙일 수 없었구나 추위는

얼마나 망설이다 그냥 돌아갔을까

은결든 마음 풀어보지도 못하고 갔구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내 이야기에 멍만 안고 돌아갔겠구나

시인은 어둠이 너무 견고하여 그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너무 밝아서 벌레도 추위도 어둠도 들어올 수 없는 거라고 말하며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고 있음을 본다. 자신의 오만함이랄까 의식의 사치 같은 것이 있어서 사람들이 쉬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성하며 성찰하고 있는 시인의 겸허한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