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 여성결정권 과도 침해
66년 만에 ‘불합치’ 위헌 판결
내년 말까지 법 조항 개정해야
헌재는 11일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이 단순위헌,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단순위헌과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산하면 법률의 위헌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를 충족한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조항이다. 자기낙태죄에 종속돼 처벌되는 범죄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선입법이 없으면 2021년 1월 1일부터는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A씨는 물론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단순 위헌결정과 달리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어 낙태죄 형사재판과 관련해 추가적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