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사용돼 오던 도로
갑작스런 재산권 행사로
상가 20여곳 피해 입고 있지만
산단공은 “관여 의사 없다” 천명
“국가공단 땅인데 외면하나” 빈축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개인에게 매각한 구미시 공단동의 도로 모습. 개인 재산권 행사로 인근 상가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산단공은 뒷짐만 지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30년 넘게 사용되던 구미공단 내 도로가 사유재산으로 매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도로 주인이 통행세를 요구해 인근 상가들과 갈등이 빚어지는 등 말썽이 일고 있으나 행정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구미시 공단동 264-25에 위치한 이 도로(88㎡)는 구미수출산업공단(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1987년 5월 구미시에 공단분할로 발생한 맹지를 도로로 지목변경을 요청해 만들어졌다. 이 도로는 어찌 된 영문인지 도로로 변경된 다음해에 김모씨에게 매각됐다. 공공기반시설이 사유재산으로 둔갑한 것이다.

개인의 재산이 된 이 도로는 30년 가까이 문제없이 사용되다가 지난해 2월 소유권을 가진 김씨가 인근 상가들에게 통행세를 요구하며 도로에 컨테이너를 설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씨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30만원의 통행세를 요구했다. 이 일로 인근 상가 20여 곳이 6개월 가까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상가 주인들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구미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김씨가 교통방해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지루한 싸움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김씨의 세금체납으로 자산관리공사가 이 도로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고 나서 인근 상가 주인들은 또다시 피해를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방관만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인근 상가주인들은 “도로가 개인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도로 등기부 등본상의 특약에 따라 산단공이 도로를 다시 양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도로의 등기부 등본상에는 “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할 때는 공업단지관리법 제12조에 의하여 구미수출산업공단에 양도하거나 동 공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산단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단 토지를 개인에게 매각한 것은 공단 설립(97년) 전의 일이어서 구체적인 매각 이유를 알 수 없고, 등기 특약은 ‘특별법에 의한 특약사항 등의 등기에 관한 예규’가 개정(97.7.7, 등기 예규 제876호)되면서 공업단지관리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입주기업체 등의 용지처분 제한 규정과 그에 따른 특약의 등기 기부는 폐지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토지등기부등본의 특약사항 내용과 같이 토지 처분 시 공단에 양도하거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공단이 매입해야하는 의무조항은 아니며 동 기관의 동의를 얻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답변은 산단공이 이 문제에 대해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주인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한 상가 주인은 “97년도에 공단이 설립되었다고 해도 그 전 구미수출산업공단이 있었고, 거기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현 산단공에 그대로 편입이 되었는데 무조건 오래된 일이라 모른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불리함을 피하고자 하는 얄팍한 술책”이라며 “국가공단 땅을 제대로 관리도 못 하는 산단공이 왜 필요한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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