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요즘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65세 교수 정년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학계에 있다.

기업들이 60세 전후 은퇴를 볼 때 65세도 충분하다는 의견과 미국대학들처럼 교수는 정년을 없애고 교수 스스로가 정년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사실 65세 은퇴하는 교수들은 미국교수들이 부럽기까지 할 정도로 건강도 좋고 연구활동도 여전한 교수들도 많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수 십 년을 후학을 가르치시고 은퇴하신 교수님의 생활은 어떨까?

계속 학교에 남아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고 또 개인 연구소를 경영하는 분도 있고 책을 쓰기도 하고 그냥 여가를 즐기시는 분까지 정말 백인백색이다.

어떤 은퇴 목사님이 쓰신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은퇴목사의 노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목사님이 소개한 노래는 현제명 작곡의 ‘고향생각’이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내 동무 어디두고 이 홀로 앉아서/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는 가사가 지금 은퇴 목사님들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 목사님은 개사를 해서 이렇게 불렀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교인 없고.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교인은 어디 가고 나 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교인을 제자로 바꾸면 아마도 은퇴교수님들의 외로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찾아오는 제자가 없고 밝은 달을 쳐다보면서 제자는 어디가고 나홀로 앉아있나라는 생각을 하시는 원로 교수님들을 생각해본다.

그래도 그분들에게는 큰 보람이 있을 것이다. 연락은 많이 없어도 뻗어나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그리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은퇴교수님들은 충분히 보람있고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또 베품을 보여주었던 은퇴교수님의 모습은 오래 기억된다. 언젠가 베풂을 남겼던 한 은퇴교수님의 은퇴식을 생각해 본다.

그 교수님의 은퇴식에 초대된 손님들의 구성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보통 은퇴식의 초대 손님은 가족, 친지, 동료교수, 제자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 친한 대학 직원을 초청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그런데 이 원로교수의 은퇴식에는 대학의 환경미화원, 근로직 복지회 직원 등 일반적으로 교수 은퇴식에 초대되지 않는 분들이 여러 명 초대되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 직원들도 그 숫자가 꽤 많았다.

좌석 배치도 이런 분들과 교수 및 일반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앉도록 한 것도 매우 이채로웠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내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정겨웠다. 그리고 은퇴식 다음날 학교게시판에는 그 은퇴교수님을 칭송하는 글이 올라왔다. 여러 사람들은 그 원로교수의 숨은 선행을 알게 되었다.

명절 때나 특별한 날이면 수시로 어려운 분들을 도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모두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교수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주 검소한 삶을 꾸려가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낡은 차를 몰고 다니시는 그런 삶 속에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그날의 모습은 감동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베풂의 교수와 더불어 우리 주변엔 제자들의 장학금을 많이 기부하고 떠나는 교수님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그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얼마나 그 교수님을 기억할지는 모르지만 장학금을 마련한 교수의 마음은 진정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리라.

아마도 “찾아오는 제자가 없고 밝은달을 쳐다 보면서 제자는 어디가고 나홀로 앉아있다”라고 상념에 잠길 은퇴교수도 베풂을 통한 구성원에 대한 사랑과 장학금을 통한 제자 사랑에 그런 외로운 마음을 흔쾌히 씻어낼 수 있으리라. 이제 은퇴교수님들에게, 스승님들에게 한번 연락을 드릴때도 된 것 같다. 우선 나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