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 위 흘러가는 바람… 대가야의 신비한 기운 걸음마다 흠뻑
고분 위 흘러가는 바람… 대가야의 신비한 기운 걸음마다 흠뻑
  • 전병휴·홍성식 기자
  • 등록일 2019.04.11 19:33
  • 게재일 2019.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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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지산리 주산 능선을 따라 들어선 대가야시대의 고분들.
고령 지산리 주산 능선을 따라 들어선 대가야시대의 고분들.

지금으로부터 1천500년 전. 강위력했던 고대 왕국 신라와 백제 사이에서 특유의 철기문화를 형성하며 독자적인 문화와 예술을 화려하게 꽃피운 대가야.

현재의 고령군은 바로 그 대가야의 중심지였다.

완만한 산 위로 높이를 달리하며 솟아오른 고분과 봄꽃 휘날리는 하천 산책길, 아직도 농촌의 인심을 잃지 않은 선량한 미소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고령은 몇 해 전 여행한 인도 중남부의 고도(古都) 함피(Hampi)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600년 전 비자야나가르 왕조의 수도였던 함피는 힌두 왕국과 이슬람 제국이 번갈아가며 통치했다.

그 독특한 역사가 힌두 양식과 이슬람 양식의 사원을 공존하게 만들었고, 이는 현대에 와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적 요소가 됐다.

 14일까지 고령서 대가야체험축제
지산리 700여 기 고분군
철기·토기·금관 등 역사유물 전시관
사방을 나무로 감싸안은 대가야 수목원
숲  어드벤처 즐기는 부례관광지 등
숨은 명소· 관광지 매력 발산


고대의 인도인들이 현재 인도 사람들에게 준 선물 같은 것이다.

함피를 방문했을 때 수많은 사원을 돌아봤다. 15세기 궁궐 인근에 세워진 라마찬드라 사원, 정문의 높이가 50m에 육박하는 비루팍샤 사원, 벽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들로 유명한 하라자라마 사원….

하지만 정작 기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건 함피의 사원이 아닌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조그만 박물관이었다.

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500원에 불과한 함피의 소규모 박물관엔 조선시대 엽전이 전시돼 있었다. 수백 년 전 한국을 출발해 중국을 거쳐 인도의 조그만 도시까지 찾아갔던 옛사람들의 희미한 그림자가 느껴졌고, 이상스레 가슴이 뛰었다.

대가야체험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이번 주말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령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축제의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푸짐한 먹을거리를 즐긴 후엔 아래 소개하는 ‘고령군의 보물들’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노련한 탐험가들은 “여행은 길을 잃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역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을 터.

느린 발걸음으로 고대 대가야의 도읍지를 ‘길을 잃으면 어때’라는 심정으로 둘러보자. 거기서 색다른 경험과 놀라운 발견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고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가야박물관.
고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가야박물관.

◆ 지산동 고분군을 거쳐 대가야박물관에 가면…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에는 가야시대 최대의 고분군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 채.

대가야읍을 감싸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을 따라 700여 기의 크고 작은 옛사람들의 유택(幽宅)이 자리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지산동 44호와 45호분을 포함해 이곳 고분들에선 대가야시대의 생활상을 짐작케 하는 철기와 토기, 금관과 금동관, 말갖춤과 각종 장신구 등이 출토됐다. 이것들은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포근하게 여행자를 반기는 예마을.
포근하게 여행자를 반기는 예마을.

고분과 고대 유물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이라면 발길이 자연스레 대가야박물관과 연계된 왕릉전시관으로 향할 것이다. 왕릉전시관은 순장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관람객들은 실물 크기로 복원된 44호분 속으로 들어가 고분의 구조와 축조 방식, 매장된 사람과 순장된 이들이 묻힌 형태, 발굴 때 출토된 여러 가지 부장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어린이 체험학습실로 나눠진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와 고령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꾸민 상설전시실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평소 보기 힘든 유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기획전시실은 연간 1∼2회 특정한 주제를 설정해 기획전을 여는 공간이다.

“대가야 토기 퍼즐과 탁본 및 인쇄, 흥미로운 민속품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체험학습실은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 대가야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고령군민들도 즐겨 찾는 개경포공원.
고령군민들도 즐겨 찾는 개경포공원.

◆ 빼놓을 수 없는 개경포공원·역사테마관광지

농민들의 젖줄 역할을 해온 낙동강으로 통하는 관문인 개경포공원은 팔만대장경을 강화도에서 낙동강을 거쳐 해인사로 이운(移運)한 것을 기념해 조성됐다. 대가야박물관을 다 봤다면 이곳으로 가보길 권한다.

고령군청 관계자는 “개포나루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팔만대장경 이운 조형물과 낭만적인 주막촌이 자리해 있어 쉼터와 역사 교육장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시 걸음을 옮겨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즐겨보자.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토기와 철기, 가야금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던 고령의 지난 역사에 포커스를 맞춰 조성한 공간. ‘신비한 나라 대가야 역사문화체험’ ‘대가야 탐방숲길’ ‘대가야 시네마’ 등 깔끔하게 단장된 시설과 양질의 프로그램이 외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을 반긴다.

빼곡히 들어선 한옥이 인상적인 개실마을.
빼곡히 들어선 한옥이 인상적인 개실마을.

통나무로 만들어진 왕가마을펜션과 캠핑장, 세미나실이 있어 ‘머무는 관광을 지향하는 고령’의 문화정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30여 종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대가야 농촌체험특구도 눈에 띈다. 여기서는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이들을 위해 원두막·옛날가옥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잊혀져가는 농촌 풍경이 자리를 함께 한 어른들에겐 향수를 선물한다.

최근 개장한 대가야생활촌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대가야 사람들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등의 영상미디어를 통해 대가야인의 생활을 몸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고 관계자는 부연한다.

대가야생활촌은 발굴 체험장과 대가야 먹거리촌, 숙박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 향후 가야문화권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할 전망이다.

대가야 역사테마공원 전경.
대가야 역사테마공원 전경.

◆ 발길은 대가야수목원, 부례관광지, 개실마을로

대가야수목원이 조성된 고령 금산재. 이곳은 ‘낙동강 유역 산림녹화비’가 세워진 살아있는 역사 현장이다. 수목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장비와 인력 수급 등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서도 푸른 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들의 피와 땀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산림녹화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한 여기엔 대가야수목원 외에도 산림녹화기념관, 수석·분재관,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이 자리했다. 고령을 찾는 여행객들은 “푸른 색채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가야수목원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어울리는 치유의 장소”라고 입을 모은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녹색성장시대’의 새로운 강변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례관광지도 빼놓으면 서운할 고령의 명소 중 하나다.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이라면 부례관광지에 마련된 카라반(caravan·이동식 주택)과 바이크텔에서 하루쯤 숙박하며 포레스트 어드벤처와 풋살, 농구 등을 즐겨보길 권유한다. 고령군민들 역시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라며 부례관광지를 즐겨 찾는다.

다산면과 대구 달성을 잇는 강정고령보는 대가야시대 토기와 가야금을 콘셉트로 독특하게 설계된 예술적 가치 높은 건축물이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변의 운치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꼭 가봐야 한다.

관광객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대가야생활촌.
관광객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대가야생활촌.

조선시대 영남 사림학파의 종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개실마을은 ‘전통문화 체험 1번지’로 불린다. 마을의 80% 정도가 한옥이라 전통미와 운치가 넘친다. 전국 최우수 체험마을로 선정된 바 있는 개실마을에서는 엿 만들기, 떡 만들기, 전통혼례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한옥 스테이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향기가 느껴지는 집들과 잔디광장이 하모니를 이루는 예마을을 찾아가 보자. 균형미와 조형미가 빼어난 여러 건축물이 방문자를 웃음으로 맞는 예마을은 숙박시설과 야외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등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고령군 곳곳엔 숨겨진 매력적인 관광지가 적지 않다. 봄을 맞은 고령의 ‘즐거운 보물찾기’가 당신을 기다린다.
 

고령군 대가야읍 우륵박물관

대가야시대 가야금의 역사를 알려주는 우륵박물관.
대가야시대 가야금의 역사를 알려주는 우륵박물관.

‘악성’ 우륵의 삶
그리고
가야금의 깊은 울림

가야금과 거문고에 얽힌 역사와 두 악기의 연주에 무심한 사람일지라도 ‘우륵’과 ‘왕산악’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

4세기 무렵 고구려에서 태어난 왕산악은 중국 진나라에서 들여온 악기 칠현금(七絃琴)을 자신의 스타일로 개량해 거문고를 만들었다. 물론 연주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가 거문고를 뜯으면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설화가 전할 정도다.

고령군 쾌빈리 인근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우륵은 가야금 연주와 함께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야했던 비극적 삶으로도 기억되는 인물.

대가야국(大伽倻國) 가실왕의 권유로 가야금을 만들었고, 제자들에게 노래와 춤도 가르쳤던 그는 악성(樂聖)으로 불릴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뤘다.

그가 기울어가는 대가야국을 떠나 신라로 갔고, 진흥왕의 총애를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호화롭게 살았지만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노년을 보낸 우륵의 삶이 마냥 행복했을까? 이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의문이다.

고령군 대가야읍 가야금길에 위치한 우륵박물관은 우륵의 삶과 예술세계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공간이다.

“고령군의 자랑인 우륵의 업적을 기억하고, 우리 전통음악의 높은 수준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박물관측의 설명.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우륵의 생애와 가야금의 기원에 관한 영상을 볼 수 있고, 가야금 외에도 아쟁과 해금 등의 전통 현악기와 만날 수 있다.

전시된 각각의 악기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도 직접 들어볼 수 있어 음악을 아끼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선물한다.

고령군 대가야읍 정정골길에 마련된 ‘가얏고 마을’에선 가야금과 관련된 각종 체험을 즐겨볼 수 있다. 지역의 역사학자들은 “이곳은 가실왕의 명을 받아 우륵이 가야금을 제작한 곳”이라고 말한다.

가얏고 마을은 가야금 연주와 미니 가야금 만들기 등의 문화체험은 물론, 딸기 따기와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봄을 즐기려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병휴·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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