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 이후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대기업·재벌가 3세에 이어 유명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져 충격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마약류 사범(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 숫자는 매년 1만 명을 넘겨왔다. 심각한 것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유통망 발달로 평범한 일반인으로까지 마약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약류 사범은 증가 추세에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마약류 범죄로 단속된 사범은 2013년 9천764명에서 2018년 1만2천613명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7년 1만4천123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10%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마약 사범만 두고 보면 2017년 1천475명, 2018년 1천467명으로 차이가 없었다.

버닝썬 사건 이후 유명인들의 마약 사범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심각성이 더욱 큰 상황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창업주 손자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 씨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 정모 씨도 변종 마약인 고농축 액상 대마(대마 카트리지)를 흡입한 혐의로 입건돼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거래 등 마약 유통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2017년 9월에는 부산 주택가의 한 상가건물에서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웹에서 비트코인 결제로 대마를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한 뒤 제조시설을 갖춰놓고 필로폰을 만들다 적발된 사례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 건 있었다.

대검찰청은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마약류 사범 증가 원인에 대해 “인터넷·SNS 등을 이용하여 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히고 있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얼마 전 국회에 나와 “(한국이) ‘마약 청정국’의 지위는 잃었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청와대와 국회가 나서서 마약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구를 만들고 단속부터 중독자 재활치료, 수감 중인 마약 범죄자에 대한 교정정책 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게 하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의 조언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90%가 치명적 화학물질로 만든 필로폰이다. 마약은 인간 삶을 파괴하는 달콤한 독극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