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조기 시행방침을 확정했다. 올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이 단계적으로 시작돼 2021년부터는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국가가 국민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고교무상 교육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는 점에서도 빠른 무상교육이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고교무상 교육의 지원 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다. 무상교육 시행으로 2018년 기준으로 학생 1인당 연평균 158만2천 원 정도 혜택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학부모들의 찬성 의견이 높게 나와 반대 분위기는 없겠지만 재원 확보가 문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기자 회견을 열고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한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더 이상 떠넘기지 말라”고 촉구 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재원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증액교부금’을 제외하면 시도교육청이 맡아야 할 예산이 매년 9천466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교육청이 앞으로 계속 이런 부담을 떠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은 올해만 134억 원과 78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 재원확보에 벌써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교육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정책이다.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서민의 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여 가정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려는 복지차원의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고교 무상교육으로 소요될 2조 원의 예산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무상교육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관건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절반씩 부담키로 하고 예산 설계를 했다. 그러나 2025년 이후 예산 조달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 준비가 없다. 그때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한다. 다음 정부의 몫으로 돌렸으나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도교육감의 반발도 변수다.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교육청이 계속 떠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교육감이 반발하면 강제할 수도 없는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의 누리과정 사태가 이래서 생긴 일이다.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됐다. 제반 여건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러 시행하다 문제가 불거지면 내년 총선용 선심 정책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꼼꼼한 재원 준비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