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개헌 국민투표 제안

문희상(두번째) 국회의장이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초대의원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헌을 꺼내들었다. 여야 간 입장차가 커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 도입 여부를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한 것이다.

문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사에서 “새로운 100년의 대장정을 개헌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행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현재 우리의 정치 시스템은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승자독식 구조”라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비정치적인 사고, 대결적인 사고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문 의장은 특히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로도 다가올 수 있다. 중산층이 감소할수록 극단의 정치가 활개치고 선동가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며 “개헌은 정치인의 소명이자 책무다. 제20대 국회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다시 용기를 내주리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문 의장은 아울러 개원 100주년을 맞은 임시의정원에 대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모태”라며 “3·1운동의 역사적 성과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부여했고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반석이며 기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족사적으로 세계사적으로 대격변기의 한복판에 서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절실한 과제는 국민통합”이라며 “온 국민이 함께 영광스러운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요청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개헌안을 발의했듯이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그동안 꾸준히 개헌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당위성에 공감하고, 의장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한국당 고위관계자도 “국회가 사실상 총리를 선출하는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4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짓고, 가을에 개헌 문제를 논의해 내년 총선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문 의장의 개헌 제안은 실현 가능성 큰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도 총리 추천제를 제안한 바 있다.

관건은 여야 정치권의 ‘개헌 동상이몽’이다. 개헌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개헌 내용, 무엇보다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놓고 다시 평행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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