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기 칠곡군수

미국은 참전용사들을 특별하게 예우하는 국가로 호국보훈에 관한 최고의 선진국이다. 미국에선 전사자가 돌아올 때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직접 맞이하는 게 관례다. 또 평생 의료 혜택과 같은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 야구장이나 미식 축구장 같은 곳에 가면 군인들을 위한 별도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음식점과 커피 전문점에서 재향 군인증을 보여주면 할인해주고 옷을 살 때도 깎아준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는 말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일상의 삶속에 예우하는 정서가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2002년 벌어진 서해교전 전사자들은 군인연금법에 전사(戰死) 항목이 없어 공무상 사망자로 처리되는 바람에 당시에는 평균 3천900만 원 규모의 공무 보상금만 받기도 했다. 북한군 목함지뢰 도발로 희생된 국군장병의 치료과정에서 공무 수행 중 부상당한 군인은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를 최대 30일만 지원된다는 규정이 밝혀져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은 일상의 삶 속에서 보훈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반면 한국은 보훈의 달인 6월이나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면 요란하게 떠들다가 금세 잊히는 이벤트이자 유행에 가깝다. 그러한 차이가 양국의 보훈제도와 문화의 격차를 벌려왔다.

칠곡군은 예로부터 국방의 요충지로 6.25전쟁 당시에는 칠곡 다부동 지구 전투의 승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고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있게 한 호국의 도시이다. 호국을 도시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칠곡군은 365일 일상의 생활 속에서 호국과 보훈의 소중함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어도 칠곡군에서는 365일 현충일이고 24시간 꺼지지 않는 호국과 보훈의 등불로써 대한민국을 비추고자 한다.

칠곡군은 호국보훈 관련 인프라 구축은 물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보훈의 가치를 전파하는 한편 전국에서 가장 선진화된 보훈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칠곡군은 호국을 테마로한 매머드급 칠곡호국관광벨트를 조성하고 있다. 칠곡호국관광벨트는 호국과 평화를 주제로 생태, 역사, 문화, 예술 관람과 체험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복합 관광단지로 전체 면적은 약 3㎢, 총사업비는 1천400억 원 가량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칠곡호국관광벨트가 완성되면 박물관이 아닌 관광을 통해 호국과 보훈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전파됨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칠곡호국관광벨트의 대표 시설이자 칠곡군의 랜드마크인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을 비롯해 칠곡보 생태공원, 칠곡보 오토캠핑장, 관호산성 둘레길, 낙동강 역사너울길, 덕산체육공원, 꿀벌나라테마공원, 관평루 등은 이미 조성되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또 향사 박귀희 명창 기념관, 호국문화체험 테마공원, 자고산 한미 우정의 공원, 수변레저공원 등은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왜관읍 중심지에 자리 잡은 ‘호국의 다리’ 일대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호국의 다리와 인근에 위치한 애국동산을 정비하고 호국의 다리 남쪽과 북쪽에 음악분수와 다목적 광장을 각각 조성해 도심 속에서도 호국과 보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칠곡호국관광벨트의 교차점이자 출발점인 호국의 다리 주변의 개발을 통해 호국의 다리 일대가 새로운 관광명소의 하나이자 칠곡호국관광벨트의 허브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1905년 개통된 호국의 다리의 상징성 제고를 위해 철교 형상을 구현하고 6.25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표현한다. 또 호국의 다리에서 왜관터널까지 기차가 다녔던 철로의 형상을 복원한다. 더불어 호국의 다리 남쪽 둔치에 2020년까지 62.5m, 세로 20m의 수조형 음악 분수와 상징조형물을 설치한다.

이밖에도 지역 출신 애국지사의 기념비를 모신 애국동산을 2019년까지 정비한다. 올 연말까지 애국동산 확장, 주차장 조성, 조경공사 등을 실시하는 한편 지역 보훈단체의 숙원사업인 보훈회관도 건립된다. 이를 통해 왜관읍 석전리에서 낙동강을 건너 약목면 관호리와 연결되는 U자형 칠곡호국관광벨트를 완성한다.

인프라뿐만 아니라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 호국평화음악회, 칠곡스토리텔링 등 호국관련 문화 콘텐츠 마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로 7번째 열리는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국내 유일의 호국축제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내용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축제로 ‘극찬’ 받으며 인근 자치단체로 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전국 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보훈정책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선진화된 보훈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칠곡군은 보훈을 해외로까지 확대됐다. 2014년부터 아프리카 유일의 6.25전쟁 참전국 에티오피아 돕기에 나서고 있다.

보훈없는 호국은 없다. 그러기에 유치원 아이들의 소풍지에도 가족들이 따뜻한 봄볕을 맞는 공원에도 호국보훈의 가치를 생각하고 그들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호국보훈은 이제 박물관과 책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함께 숨 쉬고 부딪혀야 한다. 험한 바다의 등대처럼 그 길을 칠곡군이 밝게 비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