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년 기념 공연 앞둔
전유성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전유성의 쑈쑈쑈’를 앞둔 개그맨 전유성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중문화를 수놓은 원로 희극인 사이에서 최초의 ‘개그맨’을 꼽자면 전유성(70)일 것이다. 그는 개그맨이라는 단어의 창시자로서 그 자신이 개그맨으로 산 지 올해가 50년째다.

다음 달 서울을 시작으로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투어 ‘데뷔 50년 만에 제일 큰 무대 - 전유성의 쑈쑈쑈 : 사실은 떨려요’(이하 ‘전유성의 쑈쑈쑈’) 공연을 앞둔 그는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공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주변에서 데뷔 50주년이라고 하길래 ‘그런 걸 뭐하러 기념하나, 우리끼리 소주한잔하면 되지’ 했는데 어느새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장소 대관까지 해놨더라고. 그때부터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서 힘들었지. 안 하려고 했고 사실은 지금도 그래. 쇼 타이틀 ‘데뷔 50년 만에 제일 큰 무대’랑 ‘사실은 떨려요’ 둘 다 내가 붙인 이름이지. 사실이 그렇거든. 하하.”

‘전유성의 쑈쑈쑈’에는 톱스타 후배 개그맨이 대거 출연한다. 김학래, 최양락, 이영자, 김미화, 김지선, 이홍렬, 주병진, 조혜련, 김한국, 김효진, 심형래, 임하룡등 후배들과 권인하, 노사연, 박중훈, 양희은, 전영록, 전인권, 강원래 등 동료 배우와 가수들이 무대에 선다.

후배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전유성은 무대에서 뭘 보여줄지 묻자 그는 데뷔 50년 만에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여태까지 강의 같은 건 많이 해봤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처음이라 후배들에게 한번 검사를 받으려고 해요. 두 종류를 준비했는데 하나는 20분짜리, 하나는 30분짜리지. 하나는 오로지 술에 관한 얘기로만 채워지는데, 내가 술을 잘 마시거든(웃음). 후배들은 티켓 파워가 있는 사람들이 좀 있어야 하니까, ‘너 때문에 표가 좀 팔려야 하지 않겠냐’라고 얘기하니 다들 흔쾌히 응하더라고.”

개그맨 김지선이 전유성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한 데 대해 그는 “유독 애착이 가는 친구들이 있다”고 답했다.

“굉장히 친하게 지낸 후배들이 있었죠. KBS는 가족 같은 분위기였거든. 가족들까지 다 불러서 1년에 한 번씩 잔치를 열기도 했고. 개그맨들은 군기가 세다는 말이있는데 난 그 말이 되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해. 군기는 군대에서만 세면 되는 거지. ‘쳐들어간다’ ‘소녀부대’ ‘정상 고지 탈환’ 같이 일상생활에서도 군대 용어를 굉장히 많이 쓰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물론 개그는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개그맨들 나름의 팀워크는 있는데 그건 질서, 규율 같은 거죠.”

그는 ‘전유성이 오늘날 KBS 2TV ‘개그콘서트’를 만들었다’는 평가에 대해선 “와전된 게 있다”며 컬투, 백재현, 김미화 등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오늘날 개그계가 침체한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개그계의 침체가 아니라 개그 프로그램의 침체”라고 답했다.

“나도 못마땅한 것들이 좀 있어요. 외모 비하하는 거, 난 정말 못하게 하거든. 못생긴 애가 얘기하면 구박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인기를 잃은 측면도 있지. 다만 콩트, 극본에 의해서만 하는 게 개그맨의 전부는 아냐. 신봉선이 ‘복면가왕’에 나와재밌게 하는 것도 개그지. 사람들이 봉선이더러 왜 개그 프로그램 안 나오냐고 하는데, 뭐든지 웃기는 프로그램이면 개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그는 그러면서 “개그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TV로는 개그맨들이안 보이는 것 같아도 다들 어딘가에서 개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과 황현희·박성호·김대범의 ‘썰빵’ 같은 팟캐스트와 유튜브, 홍대와 강남 논현동에서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 등을 얘기했다.

TV 밖에서 활동하는 후배들과 마찬가지로 전유성 또한 지방에서의 공연과 저서 집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개그맨의 활동 영역이 TV 같은 영상매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증명한 셈이다.

“내가 기획한 클래식 공연 같은 걸 예로 들면, 음악 하는 사람들은 어디 박사 나와서 어디 객원교수…. 이런 학력이 쓰여 있는데 재미가 없어요. 난 최초 학력을 써보자 해서 어디 초등학교 졸업했다고 써넣었는데 이런 것도 개그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 ‘얌모얌모’ 콘서트에선 피아니스트가 헤드 랜턴을 쓰고 악보 보고 공연하는데 이런 것도 개그 공연이라고 보는 거지.”

그는 인터뷰 동안 ‘개그적인 발상’이 들어간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놨다. 전북 번암1터널을 돼지 코 형상을 바꾸는 것, 사이렌 소리를 돼지 ‘꿀꿀’ 소리로 바꾸는 것 등…. 이런 아이디어 중 일부는 현실화한 것도 있다. 명절 때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가 된 게 대표적인 예다.

“돌아보니까 나도 50년 동안 참 철딱서니 없이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 음치, 박치, 길치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나 스스로가 삶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삶치’ 라고 생각해. 삶을 잘 살아온 것 같지도 않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못웃기는 사람도 50년을 버틴다는 희망, 용기를 주는 본보기는 된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