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연속 터져 나오고 있다. 7일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의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여 발표했다.

KDI는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부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KDI는 작년 10월까지는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둔화”라는 단어를 사용, 개선추세가 중단됐음을 경고했다.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부진”이라는 단어를 총평에서 사용한 것이다.

KDI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내수와 수출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우리경제가 판매부진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줄어 총체적으로 위기국면으로 치닫는다는 설명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우리경제에 대한 이런 경고음은 다른 곳에서도 줄 곧 이어져 나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성장률 추락”을 경고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0.7%포인트, 2분기는 1.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경기 동행과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5개 항목 가운데 10개는 하락, 5개는 정체상태”라 했다. 한 군데도 나아질 것이란 지표는 없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도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8.2%가 감소(471억 달러)하면서 4개월째 연속 하락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한국은행의 기업실사지수 조사에서도 현재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과연 우리경제가 이런 상태로 가면 어떻게 될지 우려되는 바가 심각하다 할 것이다. 정작 정부는 아직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변화를 구할 생각이 없다. 갑작스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시장이탈 현상에 대해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경제계 원로들의 충고에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소식은 없다. 원로 초청은 단지 초청일 뿐이라는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해외 사정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수출로 겨우 버텨왔던 우리경제의 기대감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급락이 그 조짐이다. 경제분석전문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글로벌 무역 성장세는 10년 만에 최악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경 등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나 그것이 근본적 해법은 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올바른 위기의식이 먼저 필요하다. 정부관계자의 위기의식이 바로 서야 문제 해결의 방법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KDI의 경고를 가볍게 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위기감을 갖고 정책 기조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