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회복 기미 없는게 문제
4년 만에 ‘부진’ 판정 되풀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의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KDI는 7일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생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그나마 내수 경기를 떠받치고 있던 소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위축 상태인 투자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경기부진’ 판정을 내린 이유다.

KDI가 ‘경기부진’전망을 내놓은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2015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KDI는 작년 10월까지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지만, 11월 ‘둔화’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개선 추세가 종료됐다고 봤다. 이후 5개월 동안 둔화 판단을 이어갔지만, 이달 ‘부진’이라는 단어를 총평에서 처음 사용하며 진단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KDI는 소비와 수출, 투자,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KDI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했다”면서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월 -2.0%를 기록했고, 설 명절 이동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으로는 1.1%를 나타냈다. 작년 같은 기간 평균인 4.3%와 작년 4분기 3.0%보다 부진한 수치다.

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부진해 26.9% 감소했다. 1월 -17.0%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3월 자본재수입액은 -24.3%를 기록했다. 전월(-35.9%)보다는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향후 설비투자 개선 흐름이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2월 건설기성(불변) 역시 건축과 토목 부문 부진이 지속하며 10.6%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 역시 26.6% 줄어들었다.

3월 수출(금액 기준)은 8.2%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류를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를 나타내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2월 수출물량지수도 -3.%%를 기록해 1월 증가(0.7%)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 동향 지표가 악화하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현재 경기상황 지표)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KDI는 2월 26만3천명 증가한 고용과 관련해서는 정부 일자리 사업 등 영향이 일부 반영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같은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작년 2분기보다 1.0% 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세리기자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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