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규

개구리 입속에서

하아얀 찔레꽃이 피어오르는 날

동네 어른들과

새 주민등록증을 내기 위해

이장님 봉고차를 타고

면사무소로 가는 길에

지문이 안나와 우짜노 걱정하시는

달티 할머니 한 말씀 앞에

세상천지 어는 입이 맞대답 하리오

종자씨 만들어 가꾸고 키워 온

할머니의 닳아버린 지문 속에서

온 산천이 되살아나고 손끝마다

우담바라 꽃망울이 벙글어 진다

통영의 시인 최정규가 쓴 서정성 높은 시다. 새 주민등록증을 내러 이장님 봉고차로 면사무소로 가는 달티 할머니의 닳아빠진 지문에 이 시의 초점이 놓여 있다. 평생 일하느라 닳아버린 그 지문 속에서 온 산천이 되살아나고 손끝마다 우담바라꽃이 피어난다는 시인의 말 속에는 달티할머니의 한 생에 대한 외경(畏敬)의 마음이 스며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