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메시지에 코믹 탑재
시청률 20% 근접 ‘열혈사제’
첫 방송부터 7% ‘국민여러분’
선두 달리는 ‘닥터 프리즈너’

‘열혈사제’의 김남길. /SBS 제공
시청률 20%에 근접한 SBS TV 금토극 ‘열혈사제’부터 첫 방송부터 7%를 돌파한 KBS 2TV 월화극 ‘국민 여러분!’, 그리고 수목극 정상을 지키는 KBS 2TV ‘닥터 프리즈너’까지. 요새 TV 드라마는 대놓고 코믹하든지, 최소한 은근히 웃겨줘야 시청자 눈을 사로잡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코믹극들이 영화 ‘극한직업’과 다른 점은, 드라마들은 여전히 시청자에게 공감과 응원을 받을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열혈사제’에는 불의를 보면 좀처럼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사제가 등장한다. 바로 김남일이 연기하는 주인공 김해일이다. 대천사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이 무색하게 그는 늘 삐딱한 눈빛을 쏘는 알콜중독자, 게다가 경찰서에서조차 비위에 거슬리면 돌려차기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세상에서 본 적 없던 열혈 사제의 부조리를 향한 하이킥에 시청자는 열광한다.

버닝썬 게이트를 비틀어 본 ‘라이징문’클럽 에피소드 등은 갈 데까지 가버린 현실을 떠올리게 해 몰입감을 높이면서도 코믹한 연출로 무게는 덜었다. 현실을 뜯어보고는 싶지만 심각하게만 보기에는 불편하고, 시원한 사이다와도 같은 일갈을 원하는시청자에 ‘열혈사제’가 택한 풍자 방식은 유효했다.

‘국민 여러분!’은 ‘열혈사제’보다도 대놓고 코미디를 지향하는 작품이다.

과장된 제스처와 말투 연기로는 이미 검증된 최시원, 그리고 차분한 듯 몸 사리지 않는 이유영이 첫 방송부터 의외의 코믹 조합을 보여주면서 시청자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열혈사제’속 정의로운 사제와 달리 사기꾼 양정국(최시원 분)이 주인공이다. 어쩌다 보니 신분을 숨긴 채 여형사 김미영(이유영)과 결혼까지 하고, 박후자(김민정)에 의해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된 양정국은 김해일 신부와는 다른 의미로 정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첫 회 TV 토론회에 출연한 그가 지역 지하철 건설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용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바라는 이유는 한 가지 아니냐. 집값!”이라고 일갈하는 모습은 사기꾼이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정치판에서 뻔뻔하게 좌충우돌하며 결국 정의로움에 대한 메시지를 깨우쳐가게 될 양정국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기대를 보낸다.

‘열혈사제’와 ‘국민 여러분!’ 외에도 ‘닥터 프리즈너’와 MBC TV ‘더 뱅커’역시 코믹 요소를 갖췄다.

‘닥터 프리즈너’는 교도소 의료과장이 돼 ‘갑질’하는 재벌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나이제(남궁민)와 기존 권력에 기생하는 선민식(김병철) 간 대결 구도가 얼음장처럼 예리하고 차갑게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상대를 조종하는 나이제와, 완벽한듯 틈새를 보이는 선민식이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이따금 웃음을 자아낸다.

‘더 뱅커’역시 은행 조직 내부의 불합리함에 맞서게 된 감사 노대호가 김상중 특유의 연기 톤으로 ‘슬로우 코미디’속 주인공처럼 그려진다. 원작을 보는 듯 일본만화 속 엉뚱한 중년 히어로 같은 모습이 장르극인데도 위트와 여유를 선물한다.

안방극장에 내려진 ‘정의로운 메시지를 코믹하게 전달하라’는 과제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MBC TV가 8일 선보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역시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폭력 교사였지만 이제는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삼은 공무원 조진갑(김동욱)이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받은 뒤 갑질하는 악덕 사업주를 응징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국민 여러분!’제작사 몬스터유니온 관계자는 6일 “한동안 진지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장르극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안방극장에서는 가벼운 듯 유쾌하게 풍자하는 작품이 공감을 얻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젊은 시청자에게는 전체 스토리만큼이나 중간중간 유입해서 봐도쉽고 재밌게 이해되는 개별 에피소드도 중요하다”라며 “한동안 이런 트렌드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