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고성·속초, 강릉·동해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원 산불’은 온 국민을 화마 공포로 몰아넣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건조한 날씨에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산불은 피해발생 지역이 산림의 형태를 다시 갖추는 데만 약 30년, 산림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에는 무려 50년 이상이 시간이 필요한 끔찍한 재앙이다. 해마다 3~5월에 집중 발생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모두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6일, 전국에서 12건의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도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대구시 수성구 이천동 대덕산 5부 능선, 오후에는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 소재 7부 능선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영천시에서는 화산면과 자양면의 야산에서 잇달아 산불이 났다. 전날인 5일 새벽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운제산 정상 근처에서 재차 산불이 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66건으로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난 불(47건)에 비해 40% 가량 증가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산불이 난 셈으로서 피해면적은 37.4ha, 축구장 52개 면적과 맞먹는다. 산불 원인으로는 실화가 6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중 농산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산불로 이어진 경우가 22건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2018년 10년간 산불은 모두 4천316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면적은 6천699㏊였다. 면적으로는 서울시 넓이(6만525㏊)의 약 9분의 1에 해당하며 피해 금액은 무려 2천392억 원이었다.

원인별로 구분하면 입산자의 실화에 의한 산불이 36.1%(건수 기준)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논·밭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산불 16.9%, 쓰레기 소각에 의한 산불 13.8%, 담뱃불 실화에 의한 산불 4.3%, 성묘객 실화에 의한 산불 4.0%, 어린이 불장난으로 인한 산불 0.6%였다. 대부분이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 4천316건 중 절반 이상(58.6%)이 3∼5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봄 가뭄이 극심해 전국의 산림이 마치 불쏘시개처럼 말라 있다. 모진 바람 때문이긴 했지만, 지난 주말 산불로 무려 580ha(축구장 면적의 812배)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산불은 온 국민이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야 비로소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이 자연발생이 아닌 인재(人災)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산불은 사람의 주의력에 따라서 예방이 될 수 있는 재난이다. 참화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은 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들도 각자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