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본 소장자 항소심도 패소
문화재청, 회수 강제집행 가능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문화재청의 강제회수를 막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소장자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이 소송이 확정될 경우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회수하는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박연욱) 4일 훈민정음 상주본을 보관하고 있는 배익기(56·고서적 수집가)씨가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으려고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의 소’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배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배씨는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문화재청)가 지난 2017년 “상주본을 넘겨주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하자 배씨는 국가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배씨는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합의부는 “무죄판결은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원고는 국가 소유권을 인정한 민사판결 이전에 상주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지만, 청구이의의 소는 판결 이후에 생긴 것만 주장할 수 있다”고 배씨 청구를 기각했다. 만일 문화재청이 상주본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에 들어갈 경우 유일하게 상주본 소재를 알고 있는 배씨가 협조할 가능성이 희박해 당장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지난 2010년 6월25일 배씨가 훔친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는 민사판결을 내렸고 지난 2010년 12월과 지난 2011년 5월 대구고법과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이 소송과 별도로 배씨는 최근 서울에 있는 한 법무법인을 통해 상주본 소유권을 판단한 민사재판과 자신이 절도 혐의로 재판받을 때 증인으로 나온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증인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당시 재판부가 상주본의 소유권을 조용훈(2012년 사망)씨에게 있다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례본 상주본은 지난 2008년 7월 배씨 집을 수리하던 중 국보 70호인 해례본(간송미술관본)과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상주본에는 예의(例義), 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가운데 일부가 없어졌지만, 상태가 양호했고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와 소리 등에 관한 연구자 주석이 있어 학술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1조원 가치가 있다는 말까지 제기된 바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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