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대송면 잔불정리 현장 찾아가 보니…

4일 오전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야산에서 포항시 산불진화헬기가 지난밤 발생한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 남구 대송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평상시에는 등산객들과 일부 주민들만이 오가던 인근 작은 마을이 공무원들과 소방관 등 산불진화대원들로 크게 붐볐다.

특히 불이 난 곳이 운제산 근처인데다 날이 어두워 헬기진화가 어렵고, 강풍마저 불어 자칫 더욱 큰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로 마을주민들과 진화대원들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4일 오전 10시 남구 대송면 영일만온천.

넓은 주차장에 경찰병력을 태워온 버스와 소방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온천 입구에는 교통경찰관들이 배치돼 출입인원들의 신분을 확인하며 통제했다. 온천을 지나 차로 3분 정도 이동하자 적십자, 한전은 물론이고 소방차량과 경찰차량이 수많은 인원들과 함께 눈에 들어왔다.
 

소방·시청공무원·군장병 등
3천명 현장투입, 장비 90대 동원
진화하던 공무원 2명 부상 당해
포항시, 임시 천막서 ‘진두지휘’
공무원들 15㎏ 등짐펌프 매고
남은 불씨 정리에 온 힘 다해
갈고리 든 여성공무원들도 한몫
적십자사 봉사자들이 준비한
1천명분 음식 금방 동나기도

마땅한 지휘본부 건물이 없자 포항시는 붉은색 임시천막 텐트를 설치해 진화작업 지휘하고 있다. 지휘본부 옆 식당 갓길에는 등짐펌프 수십개가 비치돼 있었고 이를 남자 공무원들이 물을 채운 뒤 남은 불씨를 정리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여자 공무원들은 키만한 갈고리를 들고 정리작업을 거들었다. 등짐펌프의 용량은 15ℓ인데 무게로 따지면 15㎏에 달해 어깨를 육중하게 짓누를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산불 발생 당일부터 밤샘 진화작업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다.

한 공무원은 “부부공무원이 동시에 동원된 경우도 있는데 애들을 돌보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 생각되기에 묵묵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공무원들은 라면과 김밥 등으로 허기를 채웠다.

11·15포항지진 때도 지원에 나선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심야에 급히 동원돼 어묵탕, 주먹밥 등 1천명분을 준비했지만 금방 동이 났다고 했다.

김연희(58·여) 대한적십자사 포항시지구 협의회 사무부국장은 “평상시에는 재료 준비 등이 수월한데 화재의 경우는 급식인원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돼 수급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며 “화재 진화 관계자, 주민 등에게 배식하고 있으며 뒷불정리 등 상황이 모두 종료되면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불로 인근 주민 25가구 40여명이 대각1리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밤을 세운 뒤 다음날 오전 진화소식을 듣고 귀가했다. 한 주민은 “급히 집을 뛰쳐나왔지만 행여 집이 불에 타면 어쩌나하고 밤새 마음을 졸였다”며 “다행히 불이 주택가를 비껴가 천만다행이지만, 행여 주택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준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7시 52분께 포항시 남구 대송면 장동리 산 50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12시간 만인 오전 8시께 진화됐다. 이날 산불로 산림 3㏊, 소나무 등 2천300본이 소실돼 5억5천250만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진화에 참여한 시청공무원인 A씨(여·26)가 탈진, B씨(30)는 발목골절로 각각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진화작업에는 소방공무원과 시청공무원, 군장병 등 2천998명이 투입됐고 90여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포항남부소방서 관계자는 “산불 발생시 인근 경주·영덕·포항북부소방서들의 지원이 추가되는 대응1단계를 실시했다”며 “발생 당일 건조주의보는 물론이고 바람이 거세 불길이 단시간에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포항시 남구 대송면과 북구 두호동 등 두 곳의 산불이 방화 의혹이 있다고 보고, 경찰당국과 협조를 통해 방화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바름·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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