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면적 100ha 미만 산불땐 일선 시장·군수가 방재지휘권 가져
경험부족 등으로 공조 미흡… 포항 대송면 현장서도 아쉬움 많아
“전문지식·통솔능력 갖춘 산림청에 통합지휘권 줘야” 지적 일어

산불진화 대응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형산불이 발생했을 때 방재 지휘권을 가진 시장·군수의 현장지휘능력이 떨어져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림청이 특수재난인 산불 방재 업무의 통합지휘권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4일 포항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 52분께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운제산 자락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길이 확산하자 포항남부소방서는 오후 9시 40분께 인근 소방서에 지원을 요청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인근 대각1리 마을주민 25가구 40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어 포항시는 오후 10시께 이강덕 시장을 단장으로 한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했다.

현행 산불 지휘체계는 산불규모와 발생행정지역, 산림소유 주체(국유림, 공·사유림)에 따라 지휘권이 달라진다. 중소형산불(피해면적 100ha 미만)은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국유림관리소장이, 대형산불은 광역단체장,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친 산불의 경우 산림청장이 지휘권을 갖는다. 중소형산불이 발생해 시장·군수가 지휘권을 갖고 있다가도 산림 피해가 100㏊ 이상이거나 24시간 이상 산불이 지속하면 대형산불로 분류돼 광역단체장에게 지휘권이 이관된다.

긴급구조통제단은 민가 주변에 소방차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불이 옮아붙지 않도록 최종 방어선을 구축한 후 밤샘 진화작업을 펼쳐 4일 새벽 큰불을 잡는 데 성공했다. 날이 밝은 후 헬기 10대를 동원해 남은 불을 껐고, 불길이 다시 피어오르지 않도록 잔불정리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강풍이 불어 자칫 대형산불로 번질 위험이 컸던 이번 산불로 산림 3㏊가 타 포항시 추산 5억5천250만원의 피해를 낸 뒤 꺼졌다. 결과적으로는 원활한 방재가 이뤄졌으나, 이날 산불방재 현장은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현장지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방서와 산림청, 포항시청 공무원 등의 공조가 부족했다. 불길이 지나간 곳의 잔불정리에 투입되는 인력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길을 헤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무거운 방열복을 입고 현장으로 투입되던 한 소방대원은 한편에 둘러앉아 잡담하는 포항시청 공무원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날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됐던 한 의용소방대원은 “산불진화를 통솔하는 통제단장은 산불유관기관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산불전문지식과 통솔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산불방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일선 지자체장들이 산불방재를 지휘하는 현재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시의 늑장 안전재난문자 발송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4일 새벽 4시 49분 “대송면 대각리 산 79번지 인근 산불 확산, 대각2리 주민과 등산객은 안전한 곳으로 즉시 대피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이미 전날 10시께 불길과 가까운 대각1리 주민들은 모두 대피한 상황에서 이른 새벽 시간 문자를 발송해 각종 민원이 발생했다.

포항시민 정모(61·북구 중앙동)씨는 “지진 트라우마로 새벽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잠결에 재난안전문자라는 제목을 보고 가족들과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면서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면 새벽시간에 달랑 문자로 대피령을 내리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포항시청과 소방당국 등이 모두 현장에 있었는데,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 대피를 시키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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