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금 대전 카이스트(KAIST) 캠퍼스에서는 흥미로운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카이스트와 세계 대학 랭킹 발표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영국 고등교육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공동 개최한 ‘KAIST-THE 이노베이션 & 임팩트 서밋’(혁신과 영향력 대학 정상 회의)이라는 회의가 그것이다.

필자가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지금까지 기존 관념을 뒤엎는 이채로운 토의내용과 새로이 발표되는 대학랭킹을 접했다.

이 회의 주제는 ‘대학이 사회, 문화, 경제, 기술 등 사회전반에 어떤 영향과 기여를 하는가’를 가지고 대학의 서열을 매겨 보자는 것이다.

대학의 서열을 정할 때 학생의 수준, 교수의 연구능력과 결과, 대학의 명성 등을 주로 고려하는게 일반적인데 비하여 이러한 시도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행사 마지막 날 4일 발표된 ‘세계 대학 영향력 순위’는 UN총회가 2015년 채택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에 대한 고등교육기관의 직무이행 여부를 평가 기준으로 한다.

THE는 UN이 제시한 17개 목표 중 11개를 평가 항목으로 삼았고, 6개 대륙, 75개국, 500개 이상의 기관이 평가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기관이 참여한 이번 평가 결과는 각 대학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할 수 있다. 기후변화, 환경, 양성평등, 기술 및 사회혁신 같은 독특한 평가 지표들이 사용되었다.

이번 서밋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역할 변화’를 주제로 한다. 각 대학과 그 졸업생들이 국가 발전에 기반이 되는 우수한 연구를 얼마나 수행하는지와 해당 지역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THE는 밝히고 선진국 대학들 중심의 기존 세계 대학 랭킹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된 랭킹에서 뉴질랜드 오크랜드 대학이 1위를 하고 캐나다의 대학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국도 전통적인 상위권 대학을 제치고 경희대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혁신대학 랭킹’이라는 것도 발표되고 있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로이터라고 하는 회사에서 혁신 대학의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매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첨단 과학 연구를 이끌고 신기술에 대한 개발 성과가 우수하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성장시키는데 기여도가 높은 대학을 발굴해 순위를 발표한다. 여기서 특허출원, 특허 성공률, 상업화 비율 및 특허의 피인용지수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작년에 로이터가 ‘2018년 아시아 최고 혁신대학 75곳’(Reuterksns Top 75: Asia’s Most Innovative Universities)을 선정 발표하면서 로이터 발표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평가 첫해인 2016년 이래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포스텍은 2016년 5위에서 매년 한 단계씩 상승했다.

대학의 목적은 무엇일까?

인재를 길러내 우수 졸업생을 배출하여 사회 각계에 공급하는 것이 대학의 목적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시설, 교수, 학생, 연구력 등 모든 제반 조건들의 최종 목적은 우수 졸업생의 배출이라는 목적으로 수렴된다. 그래서 대학들은 우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조건으로 우수 입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의 시설, 재력, 연구력, 명성 등을 총동원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번에 시도된 새로운 발상은 대학이 사회적·경제적으로 혁신을 일으켜야 함은 물론 문화, 환경, 정의 등에 공헌해야 한다는 새로운 대학의 사명을 제시한 것이다.

대학은 이제 교육, 연구와 같은 전통적인 개념에 충실하면서도 새로 제시된 사명감에 관심을 더 크게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