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방분권은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의 일부가 각 지방정부에 위임 또는 부여되어 지방주민과 그 대표자의 의사와 책임 아래 행사하는 체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지방자치제가 처음 시행된 건 1991년 지방의회 선거와 1995년 지방 단체장 선거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법률과 정책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간 모든 분야의 불균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다 완벽한 지방분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울어진 시각과 잣대를 바로 잡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분야는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찾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라는 분야는 ‘지역’과 일상을 빼고는 논할 수가 없다. ‘지역’은 중심과 주변부로 나뉘는 것이 아니며, 중앙과 지방으로 나눠서도 안 된다. 한 지역에서 태어나 관계를 맺는 우리 모두는 각자 ‘지역’을 기반으로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자연과 언어뿐만 아니라 독특한 삶의 방식과 문화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 지역과 일상이 가진 고유한 환경과 개별성이 오랫동안 문화를 축적해왔고 또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지방분권에 있어 지역 문화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문화입국’을 국정목표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01년 ‘지역문화의 해’사업을 추진해 지역 문화컨설팅과 지역 특화형 문화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세계 문화·예술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문화정책은 살펴보면 한 마디로 ‘문화민주화’로 표방된다. 문화강국 프랑스의 기치를 내세운 프랑스는 문화예산을 파리에 집중된 문화생산 및 보급 활동의 분산화와 문화예술창작 활동의 지원, 예술시장의 활성화, 문화유산의 보존·개발과 부가가치 창출, 전문예술인 교육·고용·지원, 문화에 대한 접근용이성 증대, 뉴 미디어의 개발,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국제교류, 불어 진흥 등 다양한 문화민주화를 위해 투자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장기적으로 차세대의 문화생산, 소비주체가 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와 협력하여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문화적, 지적 소양교육 체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이유로 문화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고려, 박물관, 문화유적지, 공연극장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매월 첫 주 일요일 무료입장,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차별화된 가격을 적용하는 가격정책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 문화향유에 대한 지리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거지 근처에 도서관, 인터넷 활용, 영화상영, 연극공연 창작 및 전시 공간 제공 등의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의 문화정책은 결국 수도 파리와 지방간의 문화적 격차를 줄여 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프랑스 문화정책이 파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비중이 중요하게 차지하고 있었으나,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관의 지방 분산화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지방분권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지역사회의 특성과 함께 미술관의 운영체계가 통일성을 유지하게 되며 이러한 통일성의 주요한 기반은 대부분 정부의 재정적 지원 하에 중앙과의 친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방분권화시대에 문화도시 건설, 지역문화 인프라확대, 지역문화예술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지방 문화예술교육정책의 활성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방고유의 문화를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의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인구감소·고령화 등으로 인해 소실될 위기에 처한 지역문화를 보전하고 새로운 산업과 지역의 역사를 보존해 나가기 위해서 보다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