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알림 스티커 곳곳에 부착돼 있지만 아랑곳 않고 흡연
이용객들 “지날때 마다 연기 피하려 고역” 간접흡연 피해 호소
역측 “흡연구역·흡연실 개설 문제는 보건소 담당” 책임전가만

KTX 포항역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부 몰상식한 흡연자 때문에 시민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담배 연기가 역사 안까지 유입되면서 성인은 물론 아이들까지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에 있는 KTX 포항역 앞 광장.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곳곳에 부착돼 있었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건물을 빠져나온 한 여성은 아이들에게 담배연기가 가지 않도록 손으로 부채질하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정문계단과 에스컬레이터까지도 담배연기가 날아들어 간접흡연 피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포항역 유니폼을 입은 일부 직원들마저도 이곳을 흡연 장소로 이용하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해 보였다. 모든 이용객이 지나는 곳이 비공식적으로 흡연 장소가 된 셈이다.

김모(70·여) 씨는 “담배 연기를 피하기 위해 이곳을 지날 때면 최대한 숨을 참고 걷는다. 담배꽁초와 침 때문에 바닥은 항상 더럽다”며 “수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직원들이 제재하거나 관계기관에서 단속을 나온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인 KTX 포항역은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단속기관인 포항시 북구보건소는 출입문 근처에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금연스티커를 부착하고 계도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역이 개설된 지난 2015년 이후 흡연 단속 적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단속인원이 부족하고, 흡연자 적발 시 현장 목격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흡연 흔적을 발견해도 흡연자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흡연자들은 마땅한 흡연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정문 광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흡연자 이모(49)씨는 “공항과 역사를 비롯해 시외버스 정류장 등은 장시간 이동을 마치거나 앞두고 흡연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곳이다”면서 “다른 지역은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지만, 포항역은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어서 비흡연자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안 갈 것 같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마땅한 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KTX 포항역은 금연구역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흡연실 설치도 보건소가 해야 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강창규 포항역 부역장은 “승강장은 금연구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1층 광장은 금연구역 아니다. 직원들이 제재하면 흡연자들이 되레 따지고 들어서 말릴 수도 없다”며 “흡연구역은 보건소에서 지정했고 흡연실 개설 역시 보건소에서 담당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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