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영화 ‘미성년’서 열연
“김윤석 감독과 또 작업하고파”

“‘미성년’에서 눌러왔던 것을 ‘SKY캐슬’에서 분출했던 것 같아요.”

염정아(47)가 영화 ‘미성년’으로 돌아왔다.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인 이 영화에서 염정아는 이전 그가 했던 역할과 다른 엄마,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의 불륜과 그로 인한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하면서도 담담함을 유지하려는 영주를 연기한 염정아를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영주는 자존감이 강한 여자이고, 많이 참고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영주를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는데, 영주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그렇게 가정하고서 감독님과 영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김윤석 감독 역시 영주의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염정아는 인터뷰 내내 김윤석 감독에 대한 큰 신뢰를 드러냈다.

“김윤석 감독님의 첫 연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시나리오 받고 한 번에 결정했어요. 저에게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죠. 연기를 그렇게 디테일하게 하시는 분이면 막연하게 연출도 잘 하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이 원하는 영주에 가까워지고 또 해내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었습니다.”

김 감독이 배우인 덕분에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염정아는 강조했다.

“감독님이 배우라서 연기의 디테일을 설명해주는 것이 쏙쏙 와닿았어요. 다들 자기가 맡은 역할에 부담이 있었거든요. 제가 놓치는 부분을 다 포착하시더라고요. 여자들의 심리도 잘 이해하고 계셨고요. 극 중에서 영주의 딸 주리가 ‘아빠가 도망갔다’며 우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카메라가 제 얼굴을 비추고 있었어요. 저 나름대로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픽하고 웃어볼까요?’ 하시더라고요. 남편의 행동이 어이없고 딸 앞에서 부끄러운 심정을 표현하는 건데 ‘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싶었어요.”

염정아는 “김윤석 감독과 또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제가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을 뿐 감독님이 배우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배우로서 연기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게 했죠. 제가 맨발로 주리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발 시릴까 봐 촬영을 서둘러 끝내시더라고요.”

그는 “감독님이 연출할 때는 부드럽고 편안했는데 대원을 연기할 때는 그냥 대원 그 자체였다”고 돌아봤다.

영화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미성년, 어른 역할을 못 하는 성년을 통해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 찍는 내내 ‘어른스러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극 중의 어른 중에는 영주가 그나마 어른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어떤 상황이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감정에 많이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내공이 필요하죠.”

염정아는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JTBC 주말극 ‘SKY캐슬’ 등을 통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갑자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좋다”고 웃었다.

“‘전성기’라는 건 모르겠는데, 영화 ‘완벽한 타인’과 ‘SKY캐슬’ 통해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 에너지도 받는 것 같아요. 아직도 인기에 적응이 안 돼요. 저희 아이들도 친구들 주려고 사인 많이 받아갔어요. 들어오는 작품 수도 늘었는데, 전과 똑같은 기준으로 작품 결정하고 있어요. 시나리오의 전체 짜임새가 좋고 글이 재밌어야 합니다.”

그는 차기작인 영화 ‘시동’을 통해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앞으로도 제 나이에 맞는 배역이 있겠죠. 다양한 직업, 다양한 엄마의 모습…. 머리 모양도 바꿔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