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수출 감소세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연속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수출 총액도 1천326억 달러로 2년 만에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출이 이처럼 감소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수출 증가를 주도했던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반도체 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은 수출량(전체의 26.8%)을 보였던 대중국 수출이 15.5%나 떨어져 최근 5개월간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지역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나쁜 징후가 점차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 수출을 대표하는 반도체나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3월 중 수출은 마이너스다. 본질적으로 우리의 수출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그렇다고 내수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알다시피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대거 몰락을 초래했다. 영세 중소업체들도 경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월 기업실사지수(BSI) 내용을 보면 기업이 인식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B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숙박업의 BSI가 44로 나타나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불거진 2015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도소매업의 BSI는 68로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우리 시장의 참모습이다. 생산과 투자, 소비는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가는 핵심적 요소다. 핵심적 요소들이 힘을 잃게 된다면 우리경제에 닥칠 위기는 뻔하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니 기가 막힌다. 정부의 제대로 된 상황 인식 없이는 우리 경제의 밝은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정부의 긴급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경제 성장률은 2.67%로 OECD 국가 36개 회원국 가운데 19위였다. 1년 만에 여섯 단계나 밀려났다. 안심하고 있을 단계가 아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역수지가 아직까지 흑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달 수입지표에서는 마이너스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식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투자를 끌어들일 획기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