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문 규

아버지의 집에는 오래된 낡은 연장들이 많다

어깨가 빠진 지게 이가 빠진 낫살 휘어진 갈퀴

손자루가 부러지거나 몸통만 남은 괭이 삽 호미 망치 도끼

녹슨 쟁기, 농사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크고 작은 연장들

집구석 여기저기 처박혀 있다

한낮인데도 들판으로 나가지 않고 깊은 잠 속에 빠져있다

해 뜨는 이른 봄부터 해질녘 늦은 가을까지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주던 연장들

아버지 제 살붙이처럼 어루만지고 있다

휘어지고 부러진 녹슨 연장보다

흰 머리 삐걱대는 팔다리

캄캄한 눈, 들리지 않는 귀,

자신의 몸뚱이가 더 늙고 병들었지만

아직까지 밥만 축낸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저 연장들 잠만 잔다고 안타까워 그렁거린다

아버지의 오래된 낡은 연장들을 보며 시인은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평생을 그 연장들과 함께 힘겨운 노동의 한 생을 산 아버지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아버지와 함께 한 연장이 이제는 낡고 헐어서 곳간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듯이 늙고 병들어 노동력을 상실하고 집에 계신 아버지와 같은 처지라는 것이다. 천천히 늙어가는 농촌공동체의 시간을 안타까운 눈으로 읽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