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포항지진과 관련하여 정치권, 재계, 시민 등 각 계층별로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은 다를지 모르나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지는 국민청원제도는 무시할 수 없는 민의를 수렴하는 하나의 장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포항 지진과 관련한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항목은 ‘안전·환경’분야에 청원기간만료가 4월 29일인 “11·15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다소 긴 제목인데 4월 2일 오후 6시 현재 10만5천251명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다소 이상하다는 의문이 들었다. 불과 몇 해 전, 정확히는 2015년 9월 10일 모 방송사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70여 개 단체가 2주간에 걸쳐 이루어진 서명운동에는 무려 32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하였다. 그런데 이번 포항지진과 관련한 범시민적인 운동은 생각만큼 폭발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아마도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특별법인가라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째, 오해를 하지 말자.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에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단돈 1원이라도 포항지진에 따른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떠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가 정상적인 절차와 단계를 밟아 사업이 추진되고,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까지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없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포항지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때문에 포항시민가운데 나는 피해를 받은 것이 없고, 보상을 요구할 것도 없으므로 국민청원이나 특별법 제정은 나와 무관하다는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시각에서 이번 특별법 제정을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의명분을 잊지 말자. 국민청원의 제목에서는 피해배상과 지역재건이라는 핵심적인 요청사항도 들어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적어도 그 포괄범위는 포항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야만 의미가 있는 특별법이 될 것이다. 지열발전에 대한 시험연구 프로젝트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을 위한 사업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도 첨단과학기술 등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에서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예견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였을 때 합리적인 피해의 산정과 사회적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투명한 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그와 관련한 특별법을 이번 기회에 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온 국민이 관심을 가졌던 세월호에 관한 특별법의 정식명칭은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 단순히 세월호 피해자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이었다면 국민적 관심에서 많이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일이 어디의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에 국민 모두가 동참하였던 것이다.

이제 지진피해를 자신이 직접 받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국가의 사업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포항 시민은 물론 다른 지역의 국민들도 적극 동참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