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문재인 정부의 민심을 사로잡고 혁신을 바라는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이번 청문회 역시 여당에서는 참신하고 훌륭한 인물을 영입하였다고 내세우며 감싸는 반면, 야당에서는 그 인물의 전력을 거론하며 도덕성을 바탕으로 각종 비리를 들추어 질타하는 모습이 공수(攻守)만 바뀌었지 과거와 똑같다. 고위급 인사를 등용하기 전에 그 사람의 직무능력이나 도덕성에 문제는 없는지를 평가하는 인사청문회의 5대악이나 7대 비리는 늘 있는 일이기에 그만큼 인재 영입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훌륭한 사람을 뽑아 국가 발전을 위하여 일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서애 유성룡이 이순신 장군을 발탁한 일은 매우 좋은 사례라 하겠다.

청와대가 제시하고 있는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보면 병역 기피, 세금 탈루(꼼수 증여 포함), 불법적 재산증식(부동산투기나 다운계약서 포함), 위장 전입(주민등록법 위반), 연구 부정(논문표절 포함), 음주 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대 분야에 대해 어느 하나라도 해당할 경우에는 임명을 원천 배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거정부나 현 정부 모두 이 기준에 자유로운 인사가 한 명도 없으니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공분을 느낀다. 현대에도 정부에 명마를 잘 고르는 백락같은 사람이 있다면 인사청문회에서 부정적인 사연이 드러나 모욕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며, 정당에도 백락같은 사람이 있다면 인재 영입에 있어서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집값 폭등의 주범을 규명했는데 정부가 죄악시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 자신의 비리행위를 합리화시키는 말잔치로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자들이 관료로 입성하면 그들은 권력을 이용하여 또 비리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인사청문회 후보자들 모두 이 7대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면 결국 사회 지도층의 상부구조에서 서로 국가정보를 공유, 이용하면서 물욕으로 인한 부의 축적에만 혈안이 돼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부추기는 세력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고 이 땅에 인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재는 대대로 끊임없이 나타난다고 했지만, 언제나 인물을 알아보는 안목이 문제였다. 그래서 한유(768~824년)는 ‘세상에 백락이 있은 다음에 천리마가 있는 것이니,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라고 개탄했다.

이번 청문회의 특이점은 7명의 후보자 중 세 명의 자녀들이 해외유학 중으로 모두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황제유학’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명 철회된 과기부장관 후보자가 자식에게 1억 원이 훨씬 넘는 고가 외제차를 사주려고 전세금을 올려 세입자에게 허탈감을 안기는 행위는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도를 넘었다. 자진 사퇴한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다주택 소유자로 부동산 투기 비난을 피해가려는 꼼수증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소기업 장관 후보자 역시 과거정부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제출 거부, 부실 소명, 과소비를 강하게 질타하더니 정작 본인이 장관 후보자가 되자 재산 형성과정과 과소비, 해외송금 관련 기록 등을 일체 거부했다. 또한 일 년 씀씀이가 4억 수 천만 원이 넘는 것을 보면 ‘내로남불’의 극치이다.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으로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를 받아온 후보자들은 사회지도층 인사들로서 모두 하나같이 7대 비리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토부, 과기부 두 명의 후보자가 낙마하고 청와대 대변인 또한 물러났지만 거듭된 인사 참사는 국가와 국민을 병들게 한다. 인사는 만사(萬事)다. 그러나 인사가 잘못되면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적폐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강한 야당과 깨어있는 국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