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10일 단독 공연
5월 초 10집 4곡 선공개

“썰물이 길다고 바다가 땅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언젠가 밀물이 오기 마련이고, 그때가 되니 제대로 즐기는 것 같아요.”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이 4월 9~10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어게인(Again), 학전 콘서트’ 일환으로 단독 공연을 열고 5월 초 10집 4곡을 선공개한다. 가을에 더블 앨범으로 나올 10집은 2006년 발표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Talk about love) 이후 13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약관(弱冠)에 1집을 떼고 지천명(知天命)에 10집을 펴는 그가 잡념을 걷어내고 수렴한 음악 방향은 시티팝이다.

정작 그는 “사실 시티팝이 뭔지 몰랐다”며 “근래 미디어가 조명해 알았는데 처음엔 말장난인 줄 알았다”고 웃었다.

시티팝은 장르라기보다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대에 꽃핀 도회적인 분위기 음악을 일컫는다. 2~3년 전부터 뉴트로 바람을 타고 복원되는 흐름이 생겨났다. 그의 노래 중 1집의 ‘오랜만에’와 ‘동네’, 2집의 ‘그런대로’, 4집의 ‘왜 그래’ 등이 시티팝 계열로 리얼 악기에 신스 베이스, 드럼 머신을 가미해 세련된 풍미를 살렸다.

‘오랜만에’는 지난해 9월 죠지가 20세기 한국 시티팝 재조명 프로젝트에서 재해석하기도 했다.

“신곡은 시티팝의 정점을 찍는 곡이 되길 바라요. 욕심이라면, 정성 들여 만든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거죠.”

18곡을 채울 더블 앨범에는 시티팝, 발라드, 왈츠 등 자작곡을 뼈대로 시인과촌장의 하덕규 노래도 담긴다. 3집까지 LP를 낸 그는 10집을 LP와 카세트테이프, CD로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엔 싱글 등 형태를 달리하며 좀 더 자유롭게 창작할 생각이란다.

김현철은 “음악은 애증의 대상”이라며 “너무 사랑하는데 때론 날 안 보는 것 같았다. 남들 음악을 들으면 ‘난 왜 저렇게 못 해’라고 자책도 했다. 그런 콤플렉스가 창작의 큰 에너지원이었다”고 떠올렸다.

그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어림잡아 10년 만이며, 학전 무대를 밟는 것도 처음이다. 이상민(드럼), 조삼희(기타), 이태윤(베이스), 조커(건반) 등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밴드로 참여하며, 멀티 연주자 권병호와 가수 일레인이 게스트로 함께 한다.

“학전은 추억이 있어요. 낯선사람들과 김광석 형 공연을 보러 다녔고, (낯선사람들 출신) 이소라 씨를 처음 본 곳도 학전이죠. 이번엔 소극장의 아늑한 분위기에서 대표곡과 지난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아날로그 세대 향수인 라디오에 대한 의리도 일관성이 있다. 그는 1994년 ‘디스크쇼’를 시작으로, 2000년대에는 ‘뮤직플러스’, ‘오후의 발견’ DJ로 청취자를 만났다.

“라디오에 애정이 있어요. 순간의 포즈에 마음이 들키기도 하는 묘미가 있죠.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눈으로 보는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사실 집중하는 데는 귀가 가장 예민해요. 매일 규칙적이니 직장 같은 느낌도 들고요. 라디오는 또 할 겁니다.”

윤종신 등 동료들보다 일찌감치 진입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어느덧 15년가량이 됐다. 현재 FE엔터테인먼트에는 김갑수, 길용우, 이경진 등 중견 배우들이 주축으로 최근 산하에 음악 레이블 FE스토어를 설립했다. “사업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올해부턴 결제도 안 하려 한다”는 그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악에 시간을 쏟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