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오랜 공백 끝에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기원)의 새로운 총장이 결정되었다. 아직 정부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신임 총장이 결정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디지스트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전 서울대 명예교수인 국양 교수를 디지스트 4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디지스트는 작년 11월 총장이 사임한 후 4개월 가까운 오랜 총장 부재의 공백기를 거쳤다. 사임 전에도 수개월간 과기부의 감사가 이어지면서 대학은 힘든 과정을 겪었다.

디지스트는 학부에서 학과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전공으로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전공을 확정하는 한국 최초의 융복합대학으로 미래의 한국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학이다. 이러한 융복합 과정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기에 이는 매우 신선하고도 중요한 시도로 여겨진다. 그래서 명성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소위 ‘스카이’ 대학들이나 포스텍, 카이스트 같은 명문 과기특성화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학수험생들에게도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거의 1년 가까이 디지스트는 안팎으로 시달려 왔고 상당한 리더십 공백기를 거쳤다. 그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훗날의 판단에 맡기더라도 이제 디지스트는 상처를 씻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스트를 이끌 새로운 수장으로서 신임 국양 총장의 임무는 막중하다고 생각된다.

신임 총장은 서울대에서 오랜 연구경력과 행정경력을 쌓았고 최근 삼성기술재단 이사장 역할을 통해 과학계에서 리더십이 인정되었기에 지금 디지스트가 당면한 문제들을 잘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몇 가지 주문을 해 본다.

우선 디지스트 구성원 전체에게 심기일전의 목표를 제시하고 그들의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 일이 필요하다. 그동안 특히 디지스트 교수 및 직원들은 어려움 속에서 대학을 이끌어 가야 하는 각고의 과정을 겪었다. 따라서 신임총장은 교수 및 직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화합과 단결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단어가 ‘소통’이다. 캠퍼스는 다른 조직들보다 특히 소통이 중요하며, 교수, 직원, 학생들 이러한 구성원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추진력을 얻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정부와의 관계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한다. 디지스트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이제 새로 출발하는 디지스트와 신임총장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필요한 지원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디지스트의 국내외 위상제고이다. 사실상 디지스트는 해외에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 그 이름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외 우수 교수, 우수 학생 유치에 있어서 대학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다. 국내에서 타 특성화과기대와 기존의 명문대학들과의 선의의 경쟁과 또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해외의 명문대학들과의 경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세계의 여러 평가기관들이 앞다투어 대학들을 평가하는 대학랭킹을 발표하고 있고 이러한 평가에서 디지스트는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연구의 질이나 양에 있어서 수월성을 제고하여야 하며 또한 세계대학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명성’ 부분에서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타 신설 과기대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디지스트는 특히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스트의 신임 총장에게 기대를 걸고 싶다. 기대가 꼭 현실로 나타나길 간절히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