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후보자 모두 청와대가 내건 ‘7대 배제기준’(투기·탈세·병역기피·위장전입·표절·음주운전·성범죄) 중에 두세 개씩 의혹을 달고 있다. 발뺌하다가 안 되면 마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고 나서 대통령의 임명강행 절차만 기다리는 패턴이다.

도대체 청와대 오기성 인사의 통과의례나 다름없는 이따위 속 터지는 청문회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구경해야 하나.

장관 후보자 중 네 명이 다주택자이고 자녀 취업특혜, 건강보험료 무임승차도 있다.

여당 의원들과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까지 “부적절하다”고 비판할 정도다. 청문회에서 해명은커녕 ‘죄송·불찰·송구’를 읊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면이 연발되고 있다. 결격 사유가 아무리 엄중해도 진정성이라고는 안 보이는 ‘죄송 타령’으로 납작 엎드려 순간만을 모면하면 된다는 태도다. 언제부터인가 장관 인사청문회는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회 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 등을 지적하며 인사청문회 도중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다고 닦달하며 공격수로 날고뛰던 박 후보자가 오늘은 안하무인 수비수로 일관하고 있다”며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고의적으로 핵심을 흐리는 불성실한 답변 태도, 비아냥거리는 거짓말 해명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장면 중 김연철 통일장관 후보자가 과거의 일방적 북한 편향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180도 뒤집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우발적 사건’이라던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 어뢰 공격으로 침몰’이라고 말을 바꿨다. ‘통과의례’라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책임’이라고 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들을 ‘씹다 버린 껌’ ‘감염된 좀비’라고 했던 막말들은 ‘사과·반성·송구’라는 말로 덮으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동산투기 의혹과 ‘편법 증여’로 비판을 받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오기 인사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돼서는 안 된다.

비일비재한 후보자들의 자료 제출 거부도 그냥 둬서는 안 된다. 합리적 의혹과 연계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거짓 진술을 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개각을 뒷받침하는 ‘오리발 쇼’나 다름없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그냥 둔 채로 무슨 수로 선진정치를 이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