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분노한 촛불이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킨 지 어느덧 2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간다. 2016년 늦가을부터 2017년 신춘에 이르는 장정(長程)으로 우리는 부패, 무능, 타락, 패거리주의로 무장한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교체했다. 그것은 낡고 타락한 지배권력을 일소하고,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의 본령에 충실하라는 국민들의 지상명령이기도 하다. 백성이 주인이며, 모든 사람의 입에 쌀밥이 들어가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다.

사정이 그럴진대 실제 돌아가는 상황은 그다지 탐탁지 않다. 세간에 떠도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기초연금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만65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가가 설정한 소득기준금액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노인에게 제공하는 돈을 기초연금이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소득하위 20% 노인들에게 월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했지만, 다음달부터 3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좋은 일이되,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월30만원의 기초연금 수급대상 노인은 154만 명 정도라 한다. 그 가운데 정부에게 생계급여를 받는 37만명에게는 일명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되리라 전한다. 3월까지는 월20만원을 줬다 뺏고, 4월부터는 30만원을 줬다 뺏는다는 것이다. 돈 1만, 2만원이 아쉬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이렇게 무책임한 행정을 일삼는 것은 문자 그대로 적폐 자체이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야기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해결은 2016년 민주당의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2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2018년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기초수급 노인들에게 월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본회의에서 좌절되었다. 거기 소요되는 예산은 고작 4100억 원이다. 왜 ‘고작’인가?! 2019년 예산총액은 470조원에 달한다. 전체예산의 0.1%도 되지 않는 미미한 액수의 예산확보에도 실패한 집권여당은 대체 무엇하는 집단인가?!

한국노인들의 빈곤비율은 2015년 기준 46%에 이른다. 100명 가운데 46명이 빈곤선 아래서 살아간다는 얘기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빈곤비율은 1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구 예산확보에만 눈이 벌개져서 수천억 예산을 막판에 끼워 넣어 지역구에 ‘투하’하는 식으로 국민세금을 탕진(蕩盡)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아침저녁으로 우리가 듣고 있는 ‘적폐 중의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툭하면 ‘포용적 복지국가’를 말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그대로 놔둔 채 포용적 복지국가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가진 자들을 위한, 가진 자들의, 가진 자들에 의한 포용적 국민국가인가, 되묻고 싶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자와 졸개들을 내친 까닭은 정반대되는 세상을 염원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한 무리를 준엄하게 징벌한 까닭도 민주공화국을 염원한 때문이다.

‘적폐’라는 것은 과거에 누적된 폐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폐는 ‘지금과 여기’에서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축적되어 우리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월10만원도 제대로 보태주지 못하는 정권은 우리가 꿈꾸고 염원한 권력이 아니다. 누군가는 말한다. 대통령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기초연금 수급이 보장될 수 있다고. 국민들은 크고 엄청나며 역사적이고 미증유의 거대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그런 문제를 정의롭고 합당하게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하되 당장의 생계가 아득한 노인들과 사회최하층 국민을 따뜻하게 보듬고, 그들에게 따사로운 밥과 옷과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적폐청산이자 사회통합 아닐까?! “줬다 뺏는 기초연금, 당장 해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