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포항강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지열발전소의 무지막지한 물 주입으로 인한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 이후 ‘포항지진피해특별법’제정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적극적이다. 여야 정치권이 앞다투어 진상규명과 보상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여야가 이 문제를 정쟁 소재로 삼아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코, 그런 몹쓸 추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26일 김정재(포항북)·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5개 정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기업투자 감소에 따른 세제 혜택, 도시재건 수준의 특별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책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건의했다. 문희상 의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민주당 차원의 특위 발족과 함께 특별법 검토를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한만큼 속도감 있게 법 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당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또한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여야 정치권은 포항지진이 ‘유발 지진’이었음이 드러난 직후 즉각 ‘네 탓 공방’에 빠져들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예산 185억 원과 민간자본 206억 원 등 390억 원 이상 투입했지만 기술 상용화에 실패했다”고 공격했으나 실상은 다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의 2006년 ‘심부지열에너지개발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열개발사업에 대한 연구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시작됐고, 2006년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북 포항 북구 일대 에너지 공급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에만 29억6천만 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등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2억 원 이상이 해당 연구에 소요됐다. 포항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 발생한 규모 3.1 이상의 진동을 보고한 시점은 2017년 4월 15일이었고, 이를 묵살한 주무 부처는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였다. 말하자면 역대 정부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정쟁(政爭)의 도마 위에 이 문제를 올려놓고 ‘제 얼굴에 침 뱉기’식 난도질을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오직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성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불의의 지진재해 이후 극도의 피폐한 삶을 탄식으로 견디고 있는 포항 지역민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