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로봇산업육성 전략보고회’가 열린 대구 달성군 현대로보틱스에서 로봇을 이용한 작업을 시연했다. 문 대통령은 모니터를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직접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 로봇이 만든 커피를 직접 맛보더니 맛이 좋다며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등 큰 관심을 표시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종사자 1만명 당 로봇 활용 대수가 710대로 세계 평균 85대에 비해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등 로봇강국이다. 향후 제조로봇은 2018년 32만대에서 2023년 70만대로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획기적으로 증가된다. 지금도 웬만한 제조공장,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이 인류의 역사를 그만큼 풍요롭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산업의 발전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로봇이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즉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은 설 자리를 뺏긴다. 남아도는, 필요없는 인간이라는 잉여인간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현실에 존재하는 필요인간과 경쟁이 불가피한 생존게임이 곧바로 눈앞에 닥쳐온 만큼 이에대한 대비 또한 필요해 보인다.

최근 스웨덴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됐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뒤따를 전망이다. 스웨덴에 인류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초유의 일자리가 생긴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반대로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 휴대폰 게임을 하든, 잠을 자든, 사무실을 벗어나도 상관없다. 휴가도 보장되고 종신직이다. 단 하나의 조건은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이 위협받는 시대, ‘잉여 인간 실험’이 나왔다.

스웨덴 정부는 2026년 완공되는 남서부 도시 구텐베르크 코슈배겐역(驛)에서 이런 조건으로 일할 직원 1명을 뽑을 예정이다. 완공 1년 전인 2025년 전 세계 사람 중에서 공모를 받아 선발할 예정이다. 이 사람은 출근해서 사무실 스위치를 올려 승강장의 형광등이 깜박이도록 하는 것으로 자신의 출근 사실을 알리면 된다. 저녁이 되면 사무실 스위치를 내려 다시 한 번 승강장 형광등을 깜빡이게 한 뒤 퇴근하면 된다.

‘영원한 고용’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코슈배겐역 디자인 공모에 뽑힌 이들의 아이디어다. 디자이너는 자신들이 설계한 역사(驛舍)에 ‘잉여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을 주요 콘셉트로 공모작을 내 당선됐다. 공모전 상금 700만코로나(약 8억4천만원)로 재단을 만들어, 잉여 근로자 한 사람의 월급 2천320달러(약 264만원)를 지급할 계획이다. 120년 정도 후 돈이 다 떨어지면 이 프로젝트는 마무리된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왜 시작됐을까. 이들은 “대규모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 모두가 생산성의 측면에서 쓸모없어질 것이란 위협이 임박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노동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경제 성장과 진보라는 현대성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썼다.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본다. 현재 빠르게 산업은 변화하고 있다. 과거 듣도보도 못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산업판도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그리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산업화의 발달과 함께 대량해고와 실업으로 인간의 삶 또한 파괴되는 것을 무수히 봐오지 않았던가. 급속한 산업화의 시대에 인간의 휴머니즘도 동시에 감안하는 균형잡힌 발달을 기대하면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일까.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우리 인간이 잉여인간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