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경호하던 경호원이 가슴 앞에 움켜쥔 독일제 MP7 기관단총이 어쩌다가 사진 찍힌 일로 시끄럽다.

특별한 테러 정보가 따로 있지 않았다면, 경호원의 실수 또는 당일 ‘경호 콘셉트’의 부실로 짐작된다. 문제는 청와대가 또다시 ‘무오류’ 강박관념을 드러내면서 ‘전 정권’ 사례까지 들어 “뭐가 문제냐”고 나온 대목이다. 청와대가 매사 같은 방식으로 과잉대응하는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칠성시장 경호원 기관단총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발끈’하며 과민하게 반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며 기관총을 들고 경호하는 지나간 사진 6장을 함께 놓았다. 하지만 모두가 외국 정상과의 외부 일정, 국제대회, 인천공항 방문 등 테러 발생에 대비해 외곽에서 공개적으로 기관총을 노출하며 벌이는 이른바 ‘위력 경호’ 장면들이었다. 민생현장에서 사복 차림으로 기관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사진은 아니었다.

대통령 경호원이 언제 벌어질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 늘 대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민생시찰 현장 시민들 사이에서 기관단총을 노출한 채 경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기관단총은 가방에 넣어서 다니는 것이지 그렇게 보이는 것은 해프닝이고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불필요한 총기 노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유감 표시 한마디만 했으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무슨 잘못이냐”에서 출발해 “전 정권 때도 그랬다”는 식의 고질적인 ‘남 탓 근성’으로 대응했다. 청와대의 과민반응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경호실장에게 약한 경호를 당부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구설수를 증폭시켰다.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겸손한 모습이라고는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청와대의 태도는 국민에게 ‘오만방자’의 잔상만을 남긴다.

하필이면 문 대통령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민한 지역일 수밖에 없는 대구를 방문하면서 시민 속에 섞인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움켜쥔 모습이 노출된 일을 당당하게 ‘뭐가 문제냐’고 떼쓰는 것은 지혜로운 모습이 아니다.

호사가들이 그 해프닝을 침소봉대해서 무슨 말을 지어낼지 조금은 헤아려야 옳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과잉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사복 경호시스템의 에러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오류’를 자만하는 청와대의 대응은 형편없는 ‘오류’다. 국민이 진정 바라는 청와대의 덕목은 ‘무결점’이 아니라, ‘소통’과 ‘겸허’라는 사실을 깨우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