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신공항 정책과 관련해 일주일 만에 말 바꾸기를 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가 낸 신공항 관련 답변서에는 “김해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영남권 5개 자치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국외 전문기관이 가덕도를 포함한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결과, 현 김해공항 입지를 최적 후보지로 선정한 만큼 김해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25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최 후보자는 “부산·울산·경남 (PK)의 김해신공항 검증 용역에 대해 검증 결과가 제시되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 만에 말을 바꾸었다. PK 단체장들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총리실이 건설 중지 및 취소를 결정할 경우 따르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같은 사안을 두고 장관 후보자가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변한 것에 대해 황당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발언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장관 후보자로서 신공항 정책에 대한 그의 언급은 경솔함을 넘어 장관의 자질을 의심해도 될 만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가덕도 공항 건설 불가’라는 입장이 ‘김해신공항 건설 중지도 가능하다’는 선까지 나아갔으니 도대체 그의 신공항 정책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다.

국책사업에 대한 장관의 입장이 이렇게 쉽게 바뀌어도 되는 것인지 심히 우려가 된다. 김해신공항 사업은 5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국책사업이다. 국토부가 외국계 용역사를 통해 2년에 걸쳐 연구해 놓은 결과다. 당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를 가까스로 이끌어낸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당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가덕도는 건설비가 많고 건설 자체도 어렵다고 했다.

또 국토의 남쪽 끝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객관성 유지를 위해 외국기관에 공항 입지선정을 맡겼다고 했다.

가덕도는 결코 공항이 들어설 수 없는 장소라는 결론도 도출했던 것이다. 당시 최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2차관으로서 누구보다 이 같은 내용을 잘 아는 인물이다.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발표한 장본인이다.

국토교통부에서 30여 년간 잔뼈가 굵어 온 베테랑급 정통관료이기에 그의 이번 발언이 더욱 의아스럽다. 정치권의 표현대로 대통령의 눈치를 봤던 것인지, 여당 정치권과 사전에 입을 맞추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소신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뒷날 돌아온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그 손실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장관으로서 여당의 입장을 수용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