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츠 연구에 의하면 비둘기는 늑대나 토끼, 개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고 합니다. 새장에 갇힌 비둘기들이 싸울 때 서로 죽일 듯 쪼고 물어 뜯고 푸드덕거리며 혈투를 벌입니다. 이때 패자는 목을 내밀며 죽여달라는 시늉을 합니다. 승자 비둘기는 관용을 베풉니다. 로렌츠 박사는 이를 ‘사회적 자제력’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지요. 개체수가 부족한 동물들은 멸종 위험을 극복하려 스스로 참을 성을 개발한다는 연구입니다.

이렇게 잔인한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은 1, 2차 세계 대전 영향이 큽니다. 비둘기는 최고 시속 112㎞로 무려 10시간을 연속 비행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천 ㎞를 비행하는 지구력도 있습니다. 게다가 비둘기 눈에는 특이한 능력이 있습니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 즉 천연 HU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비둘기가 북쪽을 향할 때 눈에 보이는 색감이 달라져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힙니다.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1차 대전때는 비둘기가 중요한 군사적 연락 도구였습니다. 2차 대전 연합군 의사회 심볼이 비둘기였고 훗날 UN으로 전파되면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사람들 인식을 파고들지요.

통일 연구원에서 한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 3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검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21.1%가 비둘기를 떠올립니다. 같은 조사에서 덴마크인이나 미국인은 불과 1%가 평화와 비둘기를 연결지었을 뿐입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남북 대립 상황에서 자라온 기성 세대는 유난히 평화라는 단어를 많이 주입받았습니다. 인식의 골에 깊이 새겨 넣기 위해서는 상징이 필요했을 것이고 비둘기는 어느 새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미국이나 덴마크 사람들보다 24배쯤 더 많이, 더 자주 우리 뇌는 이런 자극에 노출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뇌는 언어에 의해 쉽게 조건화(conditioning)가 이루어집니다. 우리를 지배하려는 세력들이 덫처럼 풀어 놓은 언어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영혼에 스며듭니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되면 꼼짝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자극-반응의 프레임에 갇혀 버리게 되지요.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의 주체적 생각을 키우는 두 가지 도구가 있습니다. 책과 질문! 끊임없이 질문하는 삶,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삶. 이번 한 주도 그대와 함께 신나게 도전해 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