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수

아우 먼저 보내고, 관에 흙을 뿌리며

선생님처럼 ‘좌르르 하직’했습니다. 아우는 눈감으면서 그랬듯이 아무말 않고

말을 다 잃은 나는 아무도 안 보이는데서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요 울고있는지요

봄날인데도, 선생님 말씀처럼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입니다

모든 게 무너지는 세상입니다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아우는

여기에서의 그 빼어남 펴다 말고

모두 팽개쳐버리면서

형님! 하는 목소리 한 번 들려주지 않고

처자식은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불현듯

‘초월적 지상’을 ‘지상적 초월’로

바꿔버렸습니다. 선생님, 아프게도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입니다

내가 툭 떨어져 흔들리는,

그런 세상입니다

시의 제목 ‘하관‘은 박목월 시인이 아우의 죽음 앞에서 건널 수 없는 이승과 저승의 거리감을 절감케하며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인은 스승인 박목월의 죽음 앞에서 요곤조곤 얘기하듯 스승의 생전을 그리며 애도하며 쓴 이 시는 잔잔한 감동을 거느리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