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근로자이사제’라고도 한다. 이는 노동자를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으로, 이사회에 참여한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편화된 제도다.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 이사회의 최고 절반까지를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2016년, 정원이 100명 이상인 13개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도입,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를 위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이사제는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추진해온 국내 주요 금융사에서부터 제도 도입이 벽에 부딪쳤다. 이번 주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릴 주요 금융사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는 주총 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노동계에서는 회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노동자 이익 보호 등의 목적으로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사측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3년여가 지난 현재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사례는 전무하다.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노조 역시 사외이사 추천 및 선임을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국민연금 등의 찬성표에도 불구 해당은행 지분구조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춘 외국인 주주와 경영진 등이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출입기자단 기자회견에서 노동이사제 시기상조론을 언급해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은 앞으로 상당기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원장의 발언 하루 뒤 정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이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사실상 부결시켰다. 노동이사제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선 제도 개선 등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의 의지가 아직도 굳건한가 궁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