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열발전을 추진한 과학자들의 ‘무책임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외국사례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도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허물이 논란거리다. 학자적 윤리에 비쳐볼 때 이들의 행위는 포항을 ‘자신들만의 연구실험장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맹비난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배경과 과정이 정밀하게 규명되고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 사업자와 제때 개입하지 않은 정부의 관리 부실이 빚은 참사로 분석되고 있다. 사업자는 오판했고, 정부는 사업자 판단을 검증하지 않았으며, 운이 나쁘게도 지열발전소 밑에 아무도 몰랐던 단층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열발전 중국 시추업체가 사업수익만 바라보고 정상치 4배 이상의 ‘고압 물’을 주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 2010년부터 사업을 시행, 5년 뒤인 2015년 준공됐다. 서울대 교수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이 참여했다.

2016년 첫 물주입(수리자극) 이후 약 1년 뒤인 2017년 4월 15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규모 3.1의 유발지진이 발생했다. 사업 주관기관인 (주)넥스지오는 정부에 유발지진이 발생했음을 처음 보고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데만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단체 ‘디스트레스(DESTRESS)’는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에 관련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더군다나 넥스지오는 지난해 4월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가능성 평가’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 등을 상대로 압박을 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열발전에 참여한 학자들에겐 자유롭게 논문을 발표하도록 하고, 불리한 논문 및 학자들에겐 재갈을 물리려고 시도한 셈이다.

과학자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을 선택한 포항 지열발전 참여 기관·단체, 학자들에게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에서 거세지고 있다. 포항지진이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난 마당에 정부·여당은 ‘남 탓’ 고질병이 도지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발뺌’ 본능이 작동 중이어서 이래저래 포항은 속이 터진다. 정치권 후안무치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그렇다 해도 학계마저 이렇게 참혹한 재앙을 부른 ‘물장난’을 치고도 오리발만 내밀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가. 학문은 도대체 무슨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가. 인류의 삶을 증진시켜온 과학을 신봉하는 학자들이 이렇게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양심고백이라도 좀 내놔야 조금은 덜 섭섭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