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례 충분히 인지하고도
지역민에 아예 알리지도 않아
물 주입후 지진발생 보고 누락
유발지진 경고 학자엔 압박도
포항을 지진 실험장 이용한 꼴
도덕적 해이 비난 여론 들끓어

포항지열발전을 추진한 과학자들의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외국사례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과, 이를 지역민들에게 한 마디도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이들만의 집단 이기주의가 결국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도덕적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이 포항을 ‘자신들만의 실험장’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 2010년부터 사업을 시행, 5년 뒤인 2015년 준공됐다. 서울대 교수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이 참여했다. 2016년 첫 물주입(수리자극) 이후 약 1년 뒤인 2017년 4월 15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규모 3.1의 유발지진이 발생했다. 지열발전소 사업 주관기관인 (주)넥스지오는 정부에 유발지진이 발생했음을 처음 보고했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까지 지열발전소와 연관성이 있는 지진은 총 98번이나 된다. 이 중에서 물 투입(수리자극) 직후 발생한 지진 사례는 총 4차례지만, 정부에 보고된 건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이는 넥스지오가 스위스 바젤 등 다른 국가 사례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만든 매뉴얼인 ‘신호등체계(Traffic Light System)’에 따른 것이다. 신호등체계는 지진 규모별로 물 주입 감소·중단, 배수, 정부 보고 등의 조치를 정한 위험관리 방안이다. 당초 지열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진 규모가 2.0 이상이면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으나, 어떤 연유에선지 지진 규모가 2.5 이상일 때 정부에 보고하도록 수정됐다. “적절한 제동장치만 작동했어도 포항지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거센 비난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이들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데는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EU)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는 연구단체 ‘디스트레스(DESTRESS)’가 올해 1월 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해당 논문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업적을 위해 지난 2017년 8월 7∼14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진행된 물 주입(수리자극) 작업을 진행했다.

규모 3.1의 유발 지진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및 원인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발전소를 가동, 실험을 진행한 것. 지열발전소가 있는 포항시민들의 사전 동의조차 받지 않고 ‘연구 실험’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과학적 조사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넥스지오는 지난해 4월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가능성 평가’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 등을 상대로 압박을 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넥스지오는 당시 사이언스지 편집진과 부산대에 ‘자료무단 유출’을 이유로 제재를 요구하기도 했다. 포항지열발전에 함께 참여한 학자들에겐 자유롭게 논문을 발표하도록 한 반면에,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논문 및 학자들에겐 재갈을 물리려고 시도한 셈이다.

과학자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이들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침묵’을 선택한 포항지열발전 참여 기관·단체, 학자들에게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에서 거세지고 있다.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양만재 시민사회분과장은 “지진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음은 물론, 지열발전소 운영에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과학자 윤리를 저버린 이들 학자들을 반드시 법정에 새워 그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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