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쇠숟가락으로 온기 먼저 담겨 오는

민물새우뭇국 받아들고

남루한 가족 모여 따듯하게 먹는 저녁이 있었다

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깊어지며 비로소 잠드는데

기다릴 사람 돌아올 사람 없지만

바람길 따라 애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이 있었다

시인은 가난하여 남루하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저녁을,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따스한 풍경 한 장을 보여주고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