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무퇴(臨戰無退)는 화랑정신의 근간을 이룬 세속오계의 계율 중 하나다. 세속오계란 신라 진평왕 때 원광법사가 화랑인 귀산과 추항이 일생을 두고 경계할 금언(金言)을 청하자 내려준 5가지의 계율을 말한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 등이 그것이다.

나라에 대한 충성과 효도, 신의, 용맹, 자비 등이 함축된 이 계율은 훗날 인재양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화랑도의 실천덕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화랑도의 발전 뿐 아니라 삼국통일을 이룩하는데 기여한 기조정신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화랑도는 당시 혈족중심의 귀족사회 구조 속에서도 비교적 신분을 떠나 범사회적 조직체로서 활동했다. 젊은이들이 모여 사회공동체로서 훈련도 하고 심신수련과 학업도 익혔다.

특히 나라가 위태로울 때면 전쟁터에 직접 뛰어드는 용맹함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장군의 결사대에 맞서 싸웠던 화랑 관창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목숨을 내던진 관창의 용맹스러움으로 신라는 700년 역사의 백제를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다.

화랑은 비록 군인은 아니지만 군인 이상의 용맹함과 충성심으로 뭉쳐진 애국 집단이다. 전쟁에 나서면 목숨을 잃으면 잃었지 후퇴란 있을 수 없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부하들에게 일침한 필생즉사(必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도 임전무퇴의 곧은 정신이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라고 한 그의 각오에서 군인 정신의 비장함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군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의 최후 보루이다. 누구보다도 투철한 사명감과 건전한 애국정신으로 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국군을 대표하는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서해수호의 날을 두고 “불미스런 남북 간 충돌” 운운하다 야당의원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했다. 국방부 장관의 안보관이 이 정도일까 싶어 새삼 놀랍다. 임전무퇴의 정신이 갑자기 위대해 보이는 요즘 세상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