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우, 최근 종영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애정
“사람냄새 나는 얘기, 내 취향”

배우 김태우(48)의 이미지는 안정적이다.

1996년 KBS 2기 슈퍼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영화 ‘접속’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뒤 ‘공동경비구역JSA’(2000),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해변의 여인’(2006) 등과 SBS TV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KBS 1TV ‘징비록’(2015) 등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찍었다.

큰 기복 없이 20년 넘게 연기 생활을 이어온 김태우를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종영한 tvN 주말극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시청자로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드라마가 사람 냄새가 많이 나거든요. 봉지홍(조한철 분)과 서영아(김선영)의 구둣가게 에피소드라든지, 책이 파쇄되는 에피소드라든지 그런 것들이요. 시청률을 높이려면 삼각·사각관계 로맨스 쪽으로 더 파고들어도 됐을 텐데, 끝까지 사람 냄새 나는 얘기를 놓지 않고 가서 시청자 입장에서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때문에 악역 이미지가 박혀버린 그는 밝은 역할이 그리워서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지만, 촬영할수록 드라마가 자신의 취향이라 즐겁게 촬영했다고 한다.

“배우가 자기 취향대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나요. 스릴러 장르 싫어한다고 스릴러 영화 안 찍을 수 없잖아요. 인간 김태우의 취향과 배우 김태우가 해야 할 역할은달라요. 그런데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한 3회쯤 됐을까, 대본이 너무 취향인 거예요. 같이 찍은 배우들과도 너무 잘 맞았고. 현장도, 연기도, 보는 시청자로서도 즐거워서 만족을 안 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김태우는 극 중 자신이 연기한 도서출판 겨루의 김재민 대표에 대해서도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라며 “김재민이 봉지홍 팀장에게 한 대사, ‘넌 월급만 받아가면 그만이지만 난 월급날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 같은 대사들이 특히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악역만 하다가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명랑한 역을 담당한 그는 “실제로도 밝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때부터 코미디에 관심이 있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코미디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좀 보여주지 않았을까요(웃음). 사실 악역이냐 선한 역이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역할이 좋냐 나쁘냐보다는 그냥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더 큽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연기할 텐데, 기회가 한번은 들어올 테고 또 들어왔을 때 잘해야겠죠.”

‘특별한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라는 이미지에 대해선 “참 감사한 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런 이미지에 동의하는 편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확 오른 적은 없지만, 확 떨어진 적도 없고, 연기도 20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고요. 꾸준히 찾아주는 데 대해선 나이가 들수록 참 고마운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 가진 첫 꿈이 배우였는데, 이 세상의 몇 퍼센트나 되는 사람이 인생 첫 꿈을 이루고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영화와 드라마 수십편을 찍은 그에게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배우에게 출연작들은 다 자식 같아요. 다 아픈 손가락이죠. ‘공동경비구역 JSA’나 ‘로맨스는 별책부록’ 같이 잘된 작품들은 사실 약간 순위권 아래예요. 배우는 모든 작품마다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많은 대중과 만나지 못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런 의미에서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기분 좋게 떠나보낼 수 있는 거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