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세레나 밀러·폴 스터츠먼 지음·판미동 펴냄
삶의지혜·1만6천800원원

“부모가 눈앞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이는 슬프고 외롭다고 느낍니다”

‘육아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판미동)는 보수적 기독교파를 이르는 아미시 교인들의 육아 지혜를 모은 책이다.

아미시(Amish)는 사랑과 용서, 비폭력을 신념으로 삼으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실천하는 미국의 개신교 공동체다. 유아세례를 거부하고 개인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주장해 기성 종교들로부터 박해를 받아 18세기에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재세례파가 그 기원이다. 현재까지도 그들은 18세기식 복장을 유지하고, 전기, 자동차, 휴대폰 등 현대 문명과 거리를 두며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낯설고 유별나다고도 볼 수 있는 삶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 31개 주에서 33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가족당 평균 7명의 자녀를 두는 대가족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저자 세레나 밀러는 오랜 기간 아미시 문화를 연구하면서, 침착하고 공손한 아미시 아이들과 쉽고 편안하게 육아를 하는 듯 보이는 아미시 부모들에 매력을 느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아미시 부모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현대 사회의 육아와의 중대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자신의 아이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일반적인 부모들과는 달리, 아미시 부모들은 행복을 주요 목표로 삼지 않았다. 그들은 성실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 일하고 베풀 줄 아는 사람, 즉 가치 있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자라기를 바랐다. 행복이란 가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생기는 ‘부산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식이나 외모, 소유물을 뽐내는 ‘호흐무트(Hochmu·교만)’를 피하고, ‘우프게바(Uffgevva·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와 ‘겔라센하이트(gelassenheit·내려놓음)’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아미시 육아의 핵심이다. 거기엔 순간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달래는 방식으로 키워진 아이들, 물건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뚜렷한 가치와 규칙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 불행해지곤 한다는 역설이 깔려 있다.

아미시가 스마트폰, 인터넷, TV 등 모든 현대 문명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려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 먼저 신중하게 고민할 뿐이다. 모든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마다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가족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다. 만약 새로운 기술들이 가족의 공존과 소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인터넷, TV 등은 아이들을 선정적이고 무분별한 정보와 광고에 노출시킨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고, 가족 간의 소통을 단절시켜 아이들에게 정서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4세와 18세 사이 1천명의 아이들에게 부모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묻는 조사에서 아이들은 “슬프고, 화나고, 짜증 나고, 외롭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저자는 아미시 아이들이 안정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듯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미 필요한 관심을 다 받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징징대거나 못되게 행동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미시 육아의 오랜 지혜는 효율적인 육아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는 우리 육아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돼 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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