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일본 도쿄 같은 곳에 가보면 공기가 아주 멀쩡한데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감기 걸린 사람인가 했고, 그 다음엔, 아, 일본 사람들 중에는 폐쇄적인 사람이 많아 저렇게 자기 얼굴을 안 드러내려고까지 하나, 했다.

공기가 한국에 비해 결코 나쁠 수 없는 나래기에 사람들 기질 탓으로, 더 예민한 족속들이라고 오해를 한 것이다.

이제 한 가지 추측을 더 보태면 일본에서는 더 일찍부터 미세먼지를 경고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공기에 아주 민감한 체질을 타고 난 게 아닌가 한다. 옛날에 자동차 꽁무니를 따라 다니면 배기 가스 냄새를 맡아 보려던 아이들이 있던 시절에도 나는 질색 팔색을 했다. 배기 가스 냄새를 조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던 것이다.

조금 커서는 폐렴을 앓는 바람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주사제를 처방해 와 매일 엉덩이에 꽂아 주시기도 했다. 열두 살, 폐렴이 무서운 질병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스무 살 때 두 살 위 권영석한테 담배를 배웠는데 심할 때는 하루에 한 갑 반까지 태우다 서른일곱 살에 일주일만에 끊기고 말았다. 뻐끔담배는 아니었는데, 더 태우다가는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서울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스크 쓴 사람 천지인 것 같다. 마스크도 일반 마스크 아니라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니 ‘일회용’이라도 값이 싸지 않다. 그래도 거리의 마스크는 날마다 늘어난다.

그러고 보니 서울시는 어제도 오전 초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했다 하는데, 벌써 닷새째 계속 발령 중이라고 한다. 낮에 뭔가 삑삑 울렸고 휴대폰 열어보니 미세먼지 경보였다. 그런가 보다 하고 닫았는데 그게 벌써 닷새나 됐다니.

공기 상태에 그렇게 예민하면서도 뜻밖에 의식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어지간히 둔한 나다.

언젠가부터 눈이 빡빡해서 꽤나 비벼댔는데 필경 노안이 심해졌나 했다. 지난 해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기 시작해서 심봉사 될 지경, 안과를 찾아가니 노안에 백내장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니 나이 든 탓이려니 했고, 소문 난 루테인이라는 걸 먹으면 진행을 좀 지연시킬 수 있으려나 했다.

급기야 이번 겨울에는 눈을 비비다 못해 눈병에 걸려 또 안과를 찾아야 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처음에 미세먼지 경보가 울렸을 때, 이번 정부는 할 일도 참 없나 보다 했다. 이제는 매일 같이 울려도 타박 주려는 엄두는 나지 않는다. 나도 결국 마스크를 몇 개씩 산 지 오래인 때문이다.

옛날에 황사는 모래바람이라도 이렇게 불쾌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몸에 들어와 나가지를 않는단다. 머리 속으로까지 들어와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단다. 수명을 줄어드는 일도 있을 수 있다 한당

하다하다 이제는 사람이 살아서 먼지 인간이라도 되는 걸까? 참, 하수상한 시절이다. 이거, 누가, 언제 걷워가 주나?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