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제반설비 가동 중지
정조단 최종조사결과 발표된
이날 이후 영구 폐쇄될 전망
부지 안전성 확보후 원상 복구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항지열발전소는 20일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미 주관 사업자인 넥스지오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입구에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의 실증시험 현장이고 과제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과제수행 중지명령에 따라 연구활동이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발전소 내 우뚝 솟은 시추공은 가동을 멈췄고, 한쪽에는 시추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쇠로 된 관이 녹이 슨 채 보관돼 있었다. 포항지진을 일으킨 도구라는 생각이 들면서 날이 선 흉기를 본 듯한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다. 각종 건설장비는 뿌옇게 먼지가 쌓여 가동을 멈춘 지 오랜시간이 흘렀음을 보여줬다.

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2017년 11월 15일 지진 발생 직후에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자 지열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도 지난해 3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열발전소와 넥스지오를 상대로 낸 발전소 공사 및 운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산업통상자원부 정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항지열발전소에 설치한 제반설비 가동을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정부조사단의 최종조사결과가 발표된 이날 이후 영구 폐쇄될 전망이다.

정부는 20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지열발전소 완전 폐쇄와 이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정부 조사,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포항시와 협조해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관련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폐쇄에 따른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폐쇄와 원상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관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포항지진 후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정파산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표를 보고 항의 차 지열발전소를 찾아온 포항시민 김모(75·흥해읍)씨는 “나는 한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범인들은 이미 도망쳐서 편하게 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정부와 포항시도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과 보상이 절실하다”고 울부짖었다. /이시라 기자

    이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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