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속 여러 단체 숨은 활약
하지만 책임소재를 묻기 위해선
市·시민단체 등 하나로 힘모아야
다양한 단체들 제각각 목소리
소송·정부 소통서 엇박자 우려

정부조사단의 포항지진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 포항 시민들이 책임소재를 묻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정부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현장에서 포항시민들이 보여준 중구난방식 목소리가 전국에 생중계되자 지역민들이 향후 대응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정파적 또는 분파적 이해를 앞세우면 목소리가 분산돼 앞으로 예측되는 소송이나 정부와의 소통에서 엇박자가 나타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단 지열발전소 문제에서 가장 대표성이 있는 곳은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한동대·포스텍 교수, RIST 연구원, 법률전문가, 시민단체, 지역 사회단체, 지역단체대표, 언론 등으로 출범했으며,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논란과 관련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부 정밀조사단과의 상호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포항시와도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공동연구단은 이번 정부조사단의 발표 이후에도 풍부한 자료와 인적 능력을 바탕으로 소송 등 법적인 조치에 돌입할 예정이다.

소송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단체로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있다. 이들은 손해배상을 통해 하루 2천∼1만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1천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열발전소 지진 진상 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 ‘한미장관맨션지진피해비상대책위원회’ 등 진앙지인 흥해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단체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즉, 다양한 단체가 각자 행동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포항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조사단의 결과 발표 현장만 하더라도 이를 가장 잘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발표 현장에서는 당일 300여명의 포항시 관계자와 시민 및 지진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는데, 발표 중간 중간 일부 인사들은 고성과 막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특히, 질의응답 때 한 질문자의 발언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다른 시민이 비난의 목소리를 내며 방해하는 등 발표장 자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부끄러운 장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부조사단의 발표를 지켜보던 흥해읍 주민 조병화(63·여)씨는 “하나로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헐뜯는 모습을 보니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했다”며 “지진을 핑계로 자기들 이익만 챙기려는 모습은 그만두고 좀 더 먼 곳을 내다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 역시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민단체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행정적인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해 공동연구단 양만재 시민사회분과장은 “같은 사안을 두고 여러 단체가 활동하다 보니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 목적이 같다면 굳이 이 단체 저 단체 나눠서 대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포항시와 각종 단체들이 힘을 모아 정부를 상대로 대응할 ‘포항지진 보상을 위한 범시민대책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